• UPDATE : 2019.11.17 일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사진이야기 포토뉴스
장지 가는 길
추적추적 비 오는데, 장지가 멀다. 100리 걸어 부르튼 발가락에 빗물 들어 퉁퉁 살갗이 불었다. 까만 얼굴엔 줄줄 구정물이 흘렀다. 양재 가는 길, 꽃길 100리라 이름 붙인 고행길 한 매듭을 짓던 날, 비가 쏟아졌다. 산발한 상여꾼들이 찢어진 상복 안쪽을 뒤적여 젖은 담배를 물었다. 타들어 갔다. 딱 비에 젖은 상복 두께만큼 가까이서 사람들이 부대꼈다. 욕과 비명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었다. 울음 가까운 표정과 비릿한 웃음이 거기 섞였다. 그 틈에 분향소 꾸릴 자리가 없었다. 흔들리던 상여는 잔뜩 기울다가 구겨졌다. 우지끈 와지끈, 영정 부서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요란했다. 빗물에 미끄러지던 사람들이 비닐 이불을 덮었다. 밤 깊도록 그 앞 강남대로에 차 달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새 아침 경찰과 구청 직원이 영정과 향로며 초 따위를 거둬 갔다. 선진노사문화를 촉구하는 표지석 앞 집회가 이어졌다. 불법 적치물 이고 지고 터벅터벅 100리를 걸었는데 장지가 또 멀다. 장지 가는 길, 어디로 갈꺼나.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기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