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오랜만에 흥미롭고 바람직한 토론을 들었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와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의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라디오(tbs FM) 찬반 토론이었다. 토론 내내 찬반 의견을 진지하게 펼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이 근래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 성과연봉제 도입을 찬성하는 임승빈 교수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합니다만, 도입에는 반드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노광표 소장과 의견을 함께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 널리 공감을 갖는 의견이리라. 아마도 성급하고 강압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이 학리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겠나.

지난주 목요일에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매우 중요한 의견을 냈다. 심상정 의원이 한 질의에 대해 “이사회 결의로만 진행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무효”라는 취지였다. “근로기준법 제94조1항 단서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 같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경우에는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을 경우 반드시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매우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의견은 사실상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강제에 대한 국회의 의견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법을 지키라는 원칙의 선언이다. 물론 지난 4·13 총선 결과 정치적으로는 정부 노동정책에 종언을 고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총선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반대의사가 표로 증명됐음에도 여전히 민의를 ‘무시’하는 정부 태도에 법률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 아니겠나. 국회로서도 더 이상 ‘무시’당할 수만은 없지 않았겠나.

그러고 보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양대 지침에 근거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해석지침, 저성과자 해고, 성과연봉제에 대해 그 어떤 헌법기관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제 도입과 성과연봉제 도입은 기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노동조합 내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이라는 꼼수를 내밀었다.

그러나 앞서 보듯이 국회는 정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법부가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눈감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아직 법률분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입법부에 비해 사법부는 훨씬 더 엄격하게 노동조합의 동의권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 요건에 대한 중요한 판단을 했다. 당시 정부는 양대 지침을 강행하면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을 활용해 이른바 저성과자 해고방안 등을 전파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 취업규칙이 내용 상당성, 대상(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사용자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경영행태,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상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되,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고 밝히면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지 않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무효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12다43522).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말’을 ‘법리’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상의 사례는 현재 정부가 말하는 양대 지침부터 성과연봉제에 이르기까지 법률이론적인 면에서 그 어떠한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오로지 정부만이, 그것도 노동부와 기획재정부만이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지난 14일 열린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개혁, 끝까지 간다”라고 강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 이외에 그 누구도 정부 정책을 공공개혁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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