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들 10명 중 9명이 작업 중에 열차와 부딪힐 뻔한 경험을 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도시철도는 외주업체에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맡긴 서울메트로(1~4호선)와 달리 직접고용한 정규직 노동자가 관리한다.

5678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 명순필)는 14일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3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직원의 88.9%가 작업 중 열차와 충돌할 뻔했다고 응답했다. 긴급히 피하려고 승강장 아래로 내려간 경험이 있는 직원도 42.1%나 됐다.

이는 1인 작업이 빈번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인1조가 아니라 홀로 출동한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9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 달 평균 7회 이상 홀로 출동했다고 대답한 직원도 33%나 됐다. 1인 출동 원인으로는 85.6%가 인원부족을 지목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뒤 유지·보수 업무가 새로 생겼지만 공사는 인력을 증원하지 않고 기존 신호관리를 하던 직원들에게 업무를 떠넘겼다. 현재 신호관리와 스크린도어 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관리자를 포함해 410명이다. 신호관리 업무만 담당할 때보다 오히려 인력이 5분의 1가량 줄었다. 노조가 “정규직이라 해도 스크린도어를 수리할 때 2인1조로 출동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잦은 스크린도어 고장 때문에 신호관리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는 “신호관리 업무를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와 겸업한 이후 공사는 신호안전 설비와 관련한 각종 점검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신호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대형사고로 이어져 노동자뿐만 아니라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며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신호관리와 스크린도어 관리 업무를 분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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