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노조 대표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부의 성과연봉제 점검 워크숍 개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전력·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전력이 독점하던 전력 판매를 55년 만에 민간에 개방하고, 가스공사가 주도한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시장도 단계적으로 민간에 넘긴다. 한전KPS의 신규 화력발전기 정비 업무에는 민간이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인력 3천500여명이 재배치된다.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회적 합의로 중단했던 민영화가 다시 추진되면서 사회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산업 총체적 민영화"=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유사·중복기능 조정 △비핵심업무 축소 △민간개방 확대 △민간경합 축소 △경영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방안을 공개했다.

'기능조정'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상은 에너지 공공기관을 대거 민영화하는 내용이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5개(기초전력연구원·국립생태원·낙동강생물자원관·호남권생물자원관·멸종위기종복원센터) 기관이 통폐합되고, 2개 기관(석탄공사·광물자원공사)이 단계적으로 구조조정되며, 29개 기관의 업무가 조정된다.

기능조정안의 핵심은 전력 판매·가스 도매·발전 정비·원자력 설계 분야를 민간에 개방하고, 에너지 공공기관 주식을 상장하거나 유상증자를 해서 민간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다. 산업 민영화와 함께 기관 소유권까지 민간에 넘기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노동계는 "에너지산업의 총체적 민영화"라고 반발했다. 공공노련 관계자는 "그간 발전 분할과 경쟁도입 정책으로 한전 적자가 11조원 넘게 불어났다"며 "일부 경쟁정책과 민영화 정책만으로도 국민에게 막대한 부담이 돌아갔는데, 아예 에너지산업 전체를 민영화하면 사태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재도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장은 "현재 민간이 자가소비용으로 직수입하는 LNG 수입량(6%)을 2025년부터 20~30%로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국내 물량이 늘어나게 되면 수급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유상증자 대상기관이 된 이성준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공사지부장은 "공공지분을 현행 65%에서 51%로 낮추겠다는 것은 결국 민간에 지분을 팔아 치우겠다는 것"이라며 "우회 민영화의 사전작업"이라고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전방위적으로 추진되는 에너지 분야 기능조정은 재벌에게만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며 "요금은 폭등하고 시민 안전은 위협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능조정에 성과연봉제까지 밀어붙이다니"=이날 워크숍에서 기재부는 120개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이 완료됐다고 보고했다. 워크숍을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120개 공공기관이 모두 완료했다고 하니 공공기관이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공공개혁은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워크숍 시작에 맞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120개 기관에서 성과연봉제 확대가 완료됐다고 하는데 이 중 최소 60개 기관이 불법적으로 도입했다"고 비난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이미 고소·고발을 한 노조를 제외한 44개 노조에서 각 기관장과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직원까지 확대되면 공공성과 협력 파괴, 줄서기 경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여기다 기능조정까지 강행하면 한국의 공공서비스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후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공대위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10만 금융·공공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9월에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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