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돈 인하대 교수가 8일 국회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진단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배혜정 기자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은 고위험·고수익 사업인 만큼 장기적인 전략과 안목을 가지고 공을 들여야 하는 사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성적은 참혹한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가 보여 주기 식 단기성과에 집착해 수십조원의 혈세를 탕진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전임 정부에서 벌어진 자원외교 실패 책임을 덤터기 쓰지 않겠다는 듯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안이 '쪼개고·붙이고·팔아 버리기'를 골자로 하면서 해외자원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추미애·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노련·석유공사노조·광물자원공사노조 공동주최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진단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에너지 자원개발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되, 조급한 성과주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권력형 비리로부터 에너지 공기업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대수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자원개발 성공하려면 단기성과 집착 버려야"=이날 토론회에서 '올바른 자원개발의 특성 이해와 국가 해외자원개발의 진단과 과제'를 발제한 신현돈 인하대 교수(에너지자원공학)는 "비연속성·비전문성·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에 대해 "갓난아이에게 우유 한 모금 주고 나가서 돈 벌어 오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혹평했다. 해외자원개발이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으로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사업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뛰는 정책에 에너지 공기업마다 비전문 낙하산 인사들이 내려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면서 결국 사업 실패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신 교수는 "공공성·전문성·독립성이 철저하게 확보되지 않으면 해외자원개발은 성공할 수 없다"며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기업이 정치·행정에서 독립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전시성 단기성과를 위해 지나친 차입을 하며 투자 확장에 나선 것도 문제였지만 지금의 자원투자 적기를 애써 외면하고 나 몰라라 하는 박근혜 정부가 더 큰 문제"라며 "국가 차원에서 국익이 우선되는 방향으로 에너지 자원개발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규모 자원확보를 위해 고유가 시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일본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공기업 지배구조 대수술 필요"=우리나라 자원개발의 문제점을 아마추어리즘에서 찾은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에너지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비전문가 위주의 이사회와 감사가 에너지 공기업을 망친다"며 "전문성 있는 비상임이사를 선임하고 자원개발 전문가를 적극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를 개편하려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고하며, 사업의 경제적 분석에 입각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독립성·투명성·효율성 3원칙이 확보되지 않은 기능·조직 개편과 민간이관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병수 석유공사노조 위원장은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범정부 추진체계가 필요하다"며 "국가전략에 의한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에너지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공모와 임명절차 공개로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고, 에너지 공기업들이 단기실적에 연연하지 않도록 정부 경영평가에서 배제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명박 정권 시절 자원외교 파탄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대대적인 개혁과 책임규명, 재발방지 대책 없이는 그 어떤 해외자원개발 사업도 탄력을 받거나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간의 한계가 성과주의, 에너지 공기업 지배운영에서의 파행, 권력형 비리와 연계돼 일어난 왜곡이라면 이 부분을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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