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지난 2일 서울남부지법(재판장 반정우)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한 것이 공동 공갈·협박·강요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구속된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간부 15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고, 분과장에게 징역 3년, 서경지부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2015고합505).

사건 개요는 이러하다. 타워크레인분과는 건설업 최초로 사용자단체인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등과 중앙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여기에는 법정노동시간 준수, 휴일 보장, 임금인상, 산업안전 확보 등과 함께 “회사는 현장발생시(신규 건설공사 현장이 생겼을 때) 조합원 채용에 최대한 노력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타워크레인분과는 2014년 151개 업체, 지난해 142개 업체와 단협을 체결했는데, 2개 임대업체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며 조합원 채용 요구가 ‘취업강요’라며 고소했다. 지난해 8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같은해 10월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재수사를 명하자 11월27일 전격적으로 노조간부 15명을 구속·기소했다.

서울남부지법은 타워크레인분과가 타워크레인임대업체에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는 행위가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타워 기사의 채용권은 근본적으로 타워크레인임대업체의 권리로서 이는 경영권의 주요 부분”이라고 선언했다.

외환위기 이전 건설회사 정규직이었던 타워크레인 기사는 건설회사의 외주화에 따라 타워임대업체 계약직으로 전락했다. 임대업체는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을 임대하는 기간 동안만 타워크레인 기사를 고용하기 때문에 타워크레인 기사는 주기적 실업을 겪는다. 따라서 노조로서는 조합원 채용요구가 다른 어떤 사항보다 우선적인 교섭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서울남부지법은 조합원 채용요구가 단체교섭 사항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고, 용역노동자가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것도 불법이 된다. 채용권은 타워업체 경영권의 주요 부분이므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서울남부지법의 논리는, 정리해고 실시 여부는 사용자 경영권에 속하므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원의 논리와 꼭 닮아 있다.

또한 서울남부지법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타워업체를 압박하기 위해 합법적 집회를 진행한 것이나, 건설현장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고발하는 노조의 일상활동이 사용자들에게 “겁을 먹게 해 의사결정과 의사실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하자면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사용자에 맞서 집회나 단체행동을 하는 것, 작업장의 안전 확보를 위한 노조의 활동이 ‘사용자의 의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불법이라는 논리다.

사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이러한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사용자에 맞서 단체행동을 하는 모든 과정이, 노동자를 제한 없이 부려먹고 싶은 사용자의 의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그래서 19세기 자본주의 시민법은 노동자 단결 자체를 사용자의 계약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 금지했다. 하지만 대중의 궁핍과 전쟁의 참화를 겪으면서 보다 인간답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노동기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게 됐고, 이것이 오늘날 노동법의 기초다.

서울남부지법은 노조의 행위가 “우리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선언했다. 서울남부지법의 헌법과 법률은 19세기 단결금지 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헌법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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