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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주체 예술강사, 그러나 그들은 어디에도 없다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11년간 근무해 왔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단시간’ 근로자로 불리는 ‘기간제’ 근로자다. 그나마 지금은 법적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때는 근로자도 아니었다. 바로 학교에서 일하는 예술강사들이다.

2005년 “전 국민이 일상적 삶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문화복지를 실현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제정됐다. 이 법을 근거로 2006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돼 각 문화예술 분야 예술강사를 초·중·고등학교에 파견하는 사업이 진행됐다.

예술강사들은 매년 강사지원 절차를 밟고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하면서 근무한다. 방학인 1~2월을 제외하고 3~12월 각 학교에서 수업일수를 배정받아 수업을 한다. 진흥원이 매년 전반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예술강사 명단을 확정한 다음 각 지역센터로 지침을 내려보내면, 지역센터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실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운영된다. 한 번 강사가 되면 매년 인터넷으로 강사신청 등록만 하면 서류제출이나 면접 등 별도 절차 없이 반복적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계약갱신 과정에서 60여명의 예술강사들이 집단해고를 당했다. 사측은 신규채용절차에서 탈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사신청 과정에서 제출하는 등본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등본제출의 목적은 근거리 학교 배치를 위한 것이었다. 근거리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은 없지만, 하여튼 단지 근거리 학교배치를 위한 주소지 확인 목적으로 필요했던 서류가 등본이다. 그럼에도 등본 제출 과정에서 화질이 나쁘다거나 발급일이 30일이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집단해고를 당한 것이다.

해당 사건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해고 문제뿐 아니라 예술강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근로조건 및 제도 문제를 적잖게 확인했다. 그들은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돼 기간제법(제4조1항6호, 시행령 제3조3항6호) 적용이 배제되고, 국민건강보험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 국민연금의 경우 단서의 정함에 따라 임의가입이 허용되므로 임의가입돼 있기는 하나 반복적인 재계약 예정자로 분류돼 근로계약서상 계약기간이 아닌 기간에도 고용보험 실업급여 수급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이런 불안정한 법적 지위는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된 것은 근로시간을 ‘수업시간’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계획을 세우고, 수업자료를 수집하며, 수업 후 수업일지를 작성해 통합운영시스템에 보고하고, 교육연수를 수행하는 등 수업에 따르는 부가적 업무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는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반드시 강의시간에 한정할 수 없고, 강의 준비시간 등 부가적인 시간을 포함해 봐야 한다”는 법원 판례에 비춰 봐도 부당한 것으로, 예술강사의 이런 법적 지위는 시급히 재검토돼야 한다.

이들은 자신을 채용하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법적 사용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사업을 총괄해 운영하는 진흥원도 자신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하고, 지역센터도 자신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사용자 실체가 모호하다. 그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고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성에 대한 근거들이 확인됐고, 예술강사 근로자들의 채용 및 해고를 결정하는 것은 진흥원이라는 점이 보다 명확해졌다. 화해 또는 합의로 법적 다툼을 한 몇 분의 근로자들은 모두 복귀했다. 법적 절차를 진행한 예술강사뿐 아니라 동일한 이유로 해고된 다른 예술강사들도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용기 내어 권리를 외친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현재 전국에는 5천여명의 예술강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들 중 90% 이상이 2년 이상 근무자들이다. “전 국민이 일상적 삶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문화복지를 실현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사업 목표는 이를 실현하는 주체인 예술강사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고용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허울에 불과할 것이다.

강민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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