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16.5.27 판결 2016다7289 손해배상
1. 들어가며
2013년 금속노조가 유성기업 주식회사와 외부 컨설팅업체가 개입해 설립하고 운영한 유성기업노동조합(제2노조)의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4월14일 서울중앙지법은 제2노조 설립이 무효라는 판결(2013가합367 판결)을 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노동조합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한 근거로 △노동조합 설립 단계에서 사용자가 계획해 그 주도하에 이뤄졌고 △노동조합 설립 이후 단계에서 조합원 확보나 조직의 홍보·안정화 등 운영이 사용자 계획하에 이뤄졌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유성기업의 노조 설립 같은 사례는 이미 그 전에도 존재했다. 바로 2010년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 허용을 앞두고 5개 발전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5개 발전회사 중심으로 조직된 산업노조인 한국발전산업노조에서 일어난 부당노동행위 행태는 유성기업을 빼다 박은 듯 닮았다.
발전노조는 2012년 한국동서발전 주식회사와 사장 및 노무관리자들을 상대로 노조를 와해시키고 제2노조(기업별노조) 설립·운영을 지원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제1심(서울중앙지법 2012가합105340 판결)과 제2심(서울고법 2014나54801 판결)에서 모두 한국동서발전과 동서발전 사장 및 노무관리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사장과 노무관리자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지난달 27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2016다7289 판결)돼 제2심 판결은 확정됐다.
2. 판결의 의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때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판결에서 불법행위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봐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것이고, 여기서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킨다고 보고 회사와 사장 외에도 노무관리자들에게도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부여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이 판결에서는 한국동서발전과 사장에게는 ① 조합원들의 성향(사과·배·토마토)을 분석해 조직형태변경(민주노총 탈퇴, 이른바 플랜 A)을 유도하고 ② 플랜 A가 실패하자 일부 조합원들을 동원해 기업별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계획(이른바 플랜 B)을 세워 발전노조 조합원들에게 승진·발령 등 불리한 인사조치를 내세워 발전노조를 탈퇴하도록 설득·회유·종용했고 ③ 부당노동행위로 발전노조 조합원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추인했다. 그리고 이들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개입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되는 근로자의 단결권 침해이자 노조법 제81조4호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이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노무관리자들의 행위는 한국동서발전과 사장의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방조행위로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 판결은 비재산상 손해의 배상과 관련해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산 이외의 손해는 정신상 고통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통념상 금전평가가 가능한 무형의 손해도 포함된다고 하면서, 피고들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해 그 조직 및 운영의 자주성을 침해받는 무형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이 발전노조에 위와 같은 비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발전노조 사례는 단순한 한국동서발전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5개 발전회사에서 차례로 진행됐고,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청와대에 보고돼 노조파괴의 전형적인 사례로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2009년 11월 단체협약 해지를 시작으로 해서 발전노조 집행부 선거까지 개입해 자신들과 가까운 집행부가 선출되도록 한 사실도 판결문에 나타나 있듯이 5개 발전회사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3. 현재 상황
발전노조 조합원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조합원수는 당시보다 2배 가까이 늘었으나 한국동서발전의 지원으로 설립된 기업별노조는 회사와 결탁해 회사 입맛대로 공기업 복지 축소나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를 모두 수용해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왔다. 최근에는 부당노동행위 방조자로 지목된 당사자를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법원 판결로 불법행위가 확정된 손해배상액을 회사가 대신 발전노조에 지급하는 등 이들의 불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동서발전이 발전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보장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기업별노조에 지원하기 위해 발전노조가 지정한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한 발령을 고의적으로 지연했다. 그 바람에 부득이하게 노조에서 전임활동을 시작한 노조간부에 대해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무계(근거가 없는)결근으로 처리해 정직의 징계를 했고,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부당징계로 판정하자 징계양정을 낮춰 제2차 징계와 제3차 징계를 하는 방법으로 발전노조 조합원을 탄압하고 있다.
노조파괴 주도한 사용자·노무관리자의 공동불법행위 인정
이오표 공인노무사(발전노조 법규부장)
- 기자명 이오표
- 입력 2016.06.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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