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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심질환 판정위원회 제도개선 과제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권동희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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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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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뇌심혈관계질환의 산업재해 판단은 의학적 범주일까. 아니면 업무상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규범적·법률적 판단 영역일까. 당연히 후자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뇌심질환 사건을 심의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규범적·법률적 판단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단 현행 질판위는 법률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위원장을 제외한 6인의 위원 중 임상의사가 2명, 직업환경의사가 2명(1명은 산업위생전문가 또는 인간공학전문가 가능)으로 4명이 의사다. 높은 의사 비중으로 인해 의학적 판단에 매몰되는 구조다. 법률 심의가 성립될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법률 판단을 받아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뇌심질환 산재 신청시 상병명은 주치의사를 통해 확인될 뿐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 지사 자문의사를 통해 재확인된다. 확인과 재확인을 거치고도 질판위 임상의사 2인이 참여해 진단과 상병을 확인하는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셈이다. 이런 기형적 구조를 바꾸려면 단기적으로 임상의사 숫자를 줄이고 법률전문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주치의사와 자문의사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외부기관의 감정 또는 특진을 받도록 제도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뇌심질환 판정과 관련해 공단의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이 최저기준이 아니라 사실상 절대기준으로 작용하는 것도 문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고용노동부 고시와 공단 지침은 산재 판단의 최저기준이라는 점은 법리상 명확하다. 공단은 판정지침에서 만성과로를 ‘12주 평균 1주 60시간 이상 근로’로 정하고 있는데, 질판위는 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 1주 60시간 이상 근로한다는 것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불법적 근로를 해야만 만성과로가 인정되는 기준을 만든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주 60시간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스트레스 요인 같은 다른 발병·악화 요인이 있는지를 세밀하게 심사해야 한다. 임상의사는 법리적 부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공단 지침에 매몰돼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판정 지침이 ‘최저기준’으로 작용하도록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부실한 재해조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재해조사시트는 정량적 평가에 치우쳐 있다. 발병 전 4주·12주 업무시간을 작성하도록 하는 게 거의 전부다. 근로시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주 40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해 버리고, 간접증거를 통해 입증하더라도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

지침에 따르면 재해조사시트에는 ‘업무강도, 책임 등 관련 특이사항’으로 이동·중대한 사고 같은 10가지 항목을 체크한다. 체크사항은 뇌심질환 유발원인으로 평가될 수 있는 ‘스트레스’ 관련 요인이지만 수십 페이지의 스트레스 요인이나 증거자료를 제출하더라도 심의에 반영되지 않는다. 또한 지침 별표2를 통해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 평가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이를 기초로 재해조사서가 작성되는 경우는 없다. 부실한 재해조사시트를 근거로 질판위 심의안이 작성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받기 어렵다. 업무 과중 및 스트레스 요인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반영하도록 시트를 개정해야 한다.

뇌심질환도 현장조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현재 재해조사시트는 작업환경상 특이사항에 대해 7가지를 체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담당자들이 거의 현장에 나가지 않아 작업환경상 요인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사진이나 동영상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육체적 노동 또는 작업환경상 가중 요소들이 세밀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질판위 심의회의의 민주적 운영구조 확립이다. 금속노조는 서울질판위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부터 무기한 농성투쟁을 하고 있다. 노조가 밝힌 퇴진이유 13가지는 상당히 심각하며 중요한 내용이다. 1년 2천871건(2015년 기준)의 질병·직업성암 심의를 하는 서울질판위의 인정률이 33.9%에 불과하다. 전국 최하위다. 게다가 전국 6개 질판위 중 유일하게 직업병 인정률이 감소했다. 질판위 위원장 사퇴로 그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주심공익위원을 두는 노동위원회나 비상임위원이 회의를 주재하는 산재심사위원회를 참고해 구체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질판위는 지난해 9천781건의 산재 청구건을 심의했지만, 위원 기피신청은 단 한 건도 없다. 위원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면서 명패조차 책상에 올려놓지 않는다. 1회 회의할 때 13.7건을 심의하면서 대리인 또는 당사자 1인에 한해 진술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그것도 중간에 진술을 막는 모습을 보여 왔다. 공단은 벼랑 끝에 선 노동자와 유족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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