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청년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 들어 저기 안전문을 보게 하라. 보라, 빽빽하게 붙어 있는 저마다의 쓰라린 절규를. 저 슬픈 것들 싹 읽고 나서야 사람들 겨우 한 발짝을 뗀다. 비틀거린다. 거기 종일 파도처럼 몰아치던 어느 정치인의 방문도, 번쩍이던 카메라 플래시도, 쏟아진 온갖 대책도 죄다 연착이었다. 죽음 뒤였다. 피어 보지 못한 미생의 무덤가에 활짝 핀 국화만 가득하다. 꽃다운 나이였다. 뜯지 않은 컵라면이 유품으로 남았다. 무수한 질문을 남겼다. 신보라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그 앞자리에 몸 낮춰 잠시 눈감았다.노동개혁입법을 촉구하며 그는 지난 19대 국회 앞자리에서 끼니 걸러 가며 바빴다. 청년이 여는 미래를 고민하던 중 국회에 입문했다. 구의역 사고를 두고 안전수칙을 누구도 지키지 않았던 탓이 첫 번째였다고 라디오 방송에서 그는 말했다. 파견법 개정을 해법으로 밀었다. 안전수칙은 애초 허울에 불과했다고 추모 나선 사람들이 메모지에 적었다. 파견이 아니라 도급 문제라고 기자들은 지적했다. 죽은 청년노동자는 말이 없다. 구의역 9-4 승강장 안전문 앞에 무수한 질문이 오늘 또 쌓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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