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구속노동자후원회가 집계한 5월15일 기준 구속노동자수다. 68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풀무원 노동자와 직장폐쇄에 항의하다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잡혀간 노동자가 4월과 5월에 풀려났지만 그새 3명이 또 구속됐다. 그 어느 사업장에서, 길바닥에서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끌려가고 갇힌다. 남은 이들이 감옥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부치는 편지를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편집자>
 

▲ 이나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직국장

조성덕 부위원장 동지, 벌써 6월입니다. 건강은 좀 어떠신가요? 무엇보다 건강이 걱정입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던 1월에 구속소식을 들었는데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인천공항에는 여름이 훌쩍 다가왔습니다. 영종도의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 부위원장 동지께서는 생생히 기억나시죠?

처음 얼굴을 뵀던 때가 생각납니다. 먼발치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시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부위원장 동지가 선창한 구호를 따라 교통센터를 가득 메운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때가 최초의 인천공항 파업투쟁이 벌어졌던 2013년 겨울이었습니다. 그날 공항으로 향하는 제 손에는 캐리어가 아닌 구호가 잔뜩 적힌 피켓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여행을 하러 공항에 가는 게 아니라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간다는 게 새삼 묘했습니다. 비정규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난생 처음 공항으로 향했던 그날이 어제 일처럼 기억나네요.

봄이 다 돼서야 늦은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서울구치소 벚꽃이 반짝거리며 아름다웠던 날에 처음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습니다. 구치소 실내는 회색빛이 감돌았습니다. 잠시 기다렸다 들어간 면회실에서 몇 개월 만에 뵙는데도 마치 어제 만난 것인 양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분의 면회를 마치고 나서면서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우리’는 왜 감옥에 있어야 할까요. 면회시간 동안 저도 감옥 창살 안으로 들어간 기분이었습니다. 면회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서 창살 없는 감옥이라 불리는 곳에 내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퍼졌습니다.

부위원장 동지도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 한국 사회는 행복을 기대할 수조차 없는 ‘헬조선’으로 불립니다. 그 헬조선을 바꾸기 위해 민주노총은 지난해 거리에서 투쟁을 벌였고,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는 노동자·민중의 분노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공권력은 우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오히려 거리에 나온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쏘아 댔습니다. 물대포에 맞아 많은 이들이 다쳤고, 백남기 어르신은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져 계십니다. 그리고 조성덕 부위원장 동지를 포함해 7명의 동지들이 아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다시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공사가 제2여객터미널 건설사업으로 발생한 부채를 절감하기 위해 공항운영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위탁 용역비를 절감하겠다고 합니다. 빚은 본인들이 만들고, 그 책임은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계획이 밝혀지면서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은 분노에 휩싸여 있습니다. 길고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지만, 하루빨리 부위원장 동지가 돌아오셔서 공항에서 힘찬 격려사를 해 주시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면회 때 저에게 “기타는 아직 잘 치고 있냐”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기타를 쳤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해 주시던 게 아직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아닌 본인에게 더 힘주어 얘기하시는 듯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우리'가 되도록 오늘도 힘차게 보내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어서 저희 곁으로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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