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성과연봉제 반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외침이다. 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제4차 공기업정책연대 수요집회가 열렸다. 땡볕 아래 잠시 서 있기도 힘들었지만 조합원들은 미동도 없이 집회자리를 지켰다. 한 달여 넘게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세종시와 국회 앞에서 매일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정기적으로 집회도 개최한다.

집회에서 눈에 띄는 이들은 십수 명에 달하는 삭발한 대표자들이었다. 매번 집회 때마다 두어 명의 대표자가 삭발을 한다고 한다. 이날은 한국전력기술노조 위원장과 마사회업무지원직노조 위원장 차례였다. 덥수룩한 수염에 거칠다 못해 검게 그을린 얼굴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들의 결의가 굳건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총파업에 나설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법대로 하라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수없이 반복한 외침이다. 하지만 정부는 미동도 없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한 요건조차 따르지 않는 불법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한다. 이사회를 이용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답해야 한다. 공공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정부인데,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면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여야를 불문해야 한다. 가장 큰 노동현안 아닌가. 지난달 20일 “일방적으로 도입하지 않겠다”고 여야가 합의하지 않았는가. 여당에게는 정부의 독주와 불법을 견제해야 할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국회가 위법한 정부의 행정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위헌이다.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책임행정을 펼치는지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책임은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제도 핑계는 대지 말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상시청문회가 도입되지 않았음을 탓하지 말라. 현행 헌법과 국회법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부 정책을 이대로 두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비효율의 극치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하더라도 결국엔 실행이 못 되거나 번복될 것이 분명하다. 무용한 정책의 반복이다. 지난 정권에서 시행된 대졸 신입사원에 대한 초임삭감 정책이 좋은 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관이 내년에 성과연봉제를 시행할 예정이어서 어쩌면 그전에 폐기될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성과연봉제 진상조사단이 꾸려져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다. 중부발전과 기업은행에서 현장조사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중부발전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사실상 사측의 강요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90%에 이르는 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해야 할 일이 무수히 쌓여 있다. 그래서인지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저마다 제1호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여당은 여전히 노동 4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제안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겠다거나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겠다"는 내용이다.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좋은 법률들이다.

그럼에도 노동문제는 시급한 현안이다. 조선업 구조조정부터 산업재해 예방대책까지. 스크린도어 작업 도중 산재를 당한 19세 청년 사건은 노동과 청년노동, 위험의 외주화 등 우리의 노동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공공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 문제도 핵심 중 하나다.

노동현안을 포함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원인은 법을 지키지 않는 데 있다. 문제 해결의 답은 결국 '법대로 행정'의 회복이다. 헌법부터 법률에 이르기까지 법치의 회복이 해결의 시작이어야 한다. 그래서 20대 국회의 제1호 통과 법안은 “법치주의 회복”을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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