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3월10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촉진 대책’을 발표했다. “대기업·공공부문 중심 노조와 정규직 중심 경직적인 제도·관행이 대기업·유노조·정규직에게 불균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문제의식을 근거로 노동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2대 지침과 노동 5법도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과연 정부 노동개혁으로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을까. 아니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이 노조·정규직에 유리한 제도 때문일까.

금속노조와 참여연대가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제는 재벌이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중구조의 원인은 재벌체제 때문이고, 재벌개혁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잘못된 원인 분석을 하고 있으니 해법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는 비판이다.

◇재료비에 담긴 손실전가 구조=김성혁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국내외 완성차 9개사와 국내 30개 부품사의 재무제표를 통해 납품단가 추이를 비교했다. 김성혁 원장의 논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시장 점유율 70%라는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납품단가를 인하하고 일감 몰아주기로 가족소유 계열사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완성차-1차 벤더-2차 벤더'로 이어지는 사슬이 형성돼 원·하청 간 수익격차가 발생하고 노동자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 국내 완성차회사는 외국 완성차회사보다 수익성이 높았다. 수익성 격차를 만드는 것은 재료비였다. 이는 현대차와 폭스바겐을 비교했을 때 극명하게 나타난다. 현대차는 폭스바겐에 비해 재료비 비중이 낮고, 기타경비 비중이 높다.<표 참조>

현대차와 폭스바겐의 재료비는 매출액을 100으로 봤을 때 현대차가 10포인트 낮다. 기타경비는 현대차가 16, 폭스바겐이 8로 현대차가 두 배 높다. 재료비가 낮다는 것은, 즉 부품원가가 적게 든다는 얘기고, 기타경비가 높다는 것은 물류비나 광고비, 해외 자회사 지원금이 많다는 뜻이다. 김성혁 원장은 “재료비에서 얻은 이익을 계열사로 유출하는 부분이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 동안 현대차가 부품업체에 지불한 대당 부품액은 2.1% 증가했지만 판매단가는 34.1% 급증했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경제민주화는 경제력 집중 해소로부터=김남근 변호사(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는 야 3당이 재벌개혁을 핵심 주제로 하는 경제민주화를 매개로 공조할 것을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시민들의 관심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와 민생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선 전까지 우리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격차 해소와 관련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민심은 다시 이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야 3당이 정책연대를 추진하는 틀로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가계부담완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20대 총선 핵심 쟁점이 경제민주화와 민생개혁이었던 만큼 야 3당이 공조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재벌 지배구조 개혁과제로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방지 △재벌 금융기관 사금고화 방지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해소 △재벌 총수의 경제범죄 무관용 정책을 내놓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