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우리나라 전체 업무상질병 심의 중 30%를 다루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계는 "최선길 서울질판위 위원장이 안건심의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부족해 편파적인 태도로 일관해 업무상질병 불승인율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서울질판위측은 "노동계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공단 재해조사 결과와 자문의 평가 무시”

금속노조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 서울질판위(옛 근로복지공단 건물) 앞에서 최선길 서울질판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6개 지역 질판위의 업무상질병 승인율은 44.9%였다. 그런데 서울질판위 승인율은 평균을 한참 밑도는 33.9%에 그쳤다. 노조는 서울질판위원장의 비민주적이고 편향된 운영방식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노동계와 질판위 회의에 참여한 공인노무사들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근로복지공단 내부규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주치의 진단에 따라 환자가 제출한 병명과 질판위에 참여한 임상전문의가 판단한 병명이 다를 경우 질판위는 심의를 보류하거나 상병 변경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서울질판위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대부분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민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서울질판위 근골격계질환 산재불승인 사건의 절반 가량이 이런 경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질판위 심의 전에 공단이 실시한 재해조사 결과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문 결과를 외면하는 일도 잦다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노조가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는 전동차 정비노동자 9명이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사건이다. 공단 조사관들이 한 달 이상 조사해 “업무 관련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도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서울질판위는 9명 중 단 한 명에 대해서만 산재를 인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공단 재해조사 결과와 전문가 평가, 질판위 결정이 따로국밥이라면 공단 재해조사는 왜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오락가락 판정에다 표결 압력행사까지”

서울질판위의 업무상질병 여부 결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유성기업 노동자 2명이 “회사의 강압적인 노무관리 탓에 우울증에 걸렸다”며 산재신청을 한 사건에 대해 서울질판위는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앞서 같은 회사 노동자 3명이 같은 이유·증상으로 산재신청한 사건은 받아들였다. 결국 서울질판위가 불승인한 사건은 공단 산재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서 뒤집혀 업무상질병으로 결론났다.

최선길 위원장이 심의 도중 위원들의 판단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거나 당사자들의 진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사건 대리인 자격으로 서울질판위 회의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한 공인노무사는 “최 위원장이 심의회의 도중에 대리인과 당사자, 위원들의 발언을 자르거나 표결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질판위 “노조 주장 사실과 달라”

서울질판위측은 “노동계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질판위 관계자는 “질판위원장이 표결에 개입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 위원장은 공정한 회의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유성기업 산재신청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에 대해서는 “질판위원이 다르면 같은 사업장 사안에서도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질판위측은 공단 재해조사 결과가 반영되지 않거나, 환자가 제시한 병명과 질판위 판단이 다를 경우 불승인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파악해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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