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

대상판결/ 대법원 2016.4.12 선고 2015도17326 판결

1. 사건의 경과


피고인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교를 운전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었는데, 탑승교는 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항공기 출입문으로 연결해 탑승하도록 하는 시설물이다. 당시 필수유지협정에 따르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은 전체 108명, 1개조 현원은 36명, 쟁의행위시에는 21명의 인원을 유지하도록 돼 있었고, 다른 여객터미널인 탑승동은 전체 현원이 69명, 1개조 현원은 23명, 쟁의행위시에는 13명의 인원을 유지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하자 사용자측은 비번인 2개조의 팀장(총 2명)을 투입했고 노조는 추가 투입된 팀장을 포함해 위 유지인원을 맞추면 되는 것으로 판단해 조합원을 각 2명씩 2시간에서 7시간까지 파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에 검찰은 필수유지업무자로 지정됐음에도 파업에 참가하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해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방해했다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9조제1호에 따라 노조법 제42조의2 제2항 위반죄로 기소했다. 법원은 인천지방법원 1심·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가 선고돼 확정됐다.

2.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심 판시 이유를 그대로 원용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판결에 나타난 판시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필수유지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위해서는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로 인해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에 현저한 위험이 발생해야 한다고 해석하거나,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가 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지 근로자가 필수유지업무에서 이탈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해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에 현저한 위험이 발생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시했다. 나아가 이 사건은 필수유지업무 결정을 위반하는 행위 자체가 추상적 위험을 발생시켰기에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노조법 제42조의2 제2항은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쟁의행위로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결정을 위반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필수유지업무 결정 내용이 필수유지업무의 필요최소한의 유지·운영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혹은 쟁의행위가 필수유지업무 결정의 구체적 내용을 위반하지만 필수유지업무의’정당한‘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수 있기에 그 결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필수유지업무협정의 내용, 실제 운영에 있어 지연 등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정당한’ 유지·운영이 방해받았다고 평가하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했다.

3. 이 사건 판결의 검토

노조법 제42조의2 제2항은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것이지 필수유지업무결정이나 협정을 위반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정당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당한’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초는 노조법 제42조의3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제42조의3은 ‘노사관계 당사자는 쟁의행위기간 동안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위해 필수유지업무의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 대상직무 및 필요인원 등을 정한 협정을 서면으로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은 필수유지업무의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을 의미하고 따라서 ‘정당한’이라는 의미는 ‘필요 최소한’과 같거나 비슷한 의미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필수유지업무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필요 최소한’이라 함은 공익 내지 공중의 생명·건강, 신체의 안전 및 그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지는 않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정당한 유지·운영이 방해됐다고 함은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 또는 기타 행위로 인해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할 정도에 이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파악된다. 정리하면 설령 노동조합이 필수유지업무협정이나 결정을 위반해 쟁의행위를 진행했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 기간 중에 필수유지업무의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이 유지돼 국민의 생명·신체 등에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노조법 제42조의2 제2항 위반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은 노조법 제91조와 제42조제2항 위반죄(안전보호시설 운영방해죄)에 대해서도 이미 “노조법 제42조제2항의 입법 목적이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라는 점과 노조법 제42조제2항이 범죄의 구성요건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성질상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하고 그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전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는 등으로 인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노조법 제91조제1호, 제42조제2항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필수유지업무로 설정된 업무에 대해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경우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 신체의 안전 등은 보호될 수 있으므로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그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절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시(각주1)해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입법취지가 안전보호시설 운영·유지 조항과 같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위 안전보호시설 운영방해죄의 판시를 원용하고 있고 같은 취지의 결론임을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판결 논지에 따르면 필수유지업무협정이나 결정을 위반한 행위만으로 바로 노조법 제42조의2 제2항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여야 하므로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이 방해돼 국민의 생명·신체 등에 구체적 위험이 발생해야 한다. 필수유지업무협정이나 결정의 수준이 어떠한지(만일 이미 과도할 정도라면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정당한 유지운영을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해당 업무의 성격, 실제 피해의 발생 여부 등을 살펴서 정당한 유지운영의 방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각주
1) 헌법재판소 2011.12.29 선고 2010헌바385 등 결정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