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해 12월10일 조계사를 나와 경찰에 자진출두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6개월 가까이 구치소에 갇혀 있다. 다음달이면 1심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돼 한 위원장 석방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외 노동계는 한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 각종 집회 주도 혐의로 무더기 기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13일 구속된 한 위원장에 대한 집중심리를 24일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진행했다. 25일에도 심리가 예정돼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에 따르면 다음달에는 검찰 구형과 함께 1심 선고공판이 이뤄질 예상된다.

한 위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 금지장소 위반과 형법상 일반교통 방해죄·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8개 혐의다. 당초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때 적용했던 소요죄는 검찰 기소 과정에서 빠졌다. 비교적 경미한 혐의다.

그런데 검경이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뿐 아니라 그전에 민주노총이 주최하거나 주도한 노동절 집회와 세월호 관련 집회까지 수사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재판이 길어졌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단일한 사건이었으면 보통 2~3개월 안에 1심이 확정되지만 검찰이 여러 사건을 기소하면서 증인채택 등 준비절차 과정에 긴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1심 판결에서 한 위원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이 중첩된 데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파업으로 3년간 실형을 살았던 한 위원장의 이력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1심 판결을 앞두고 한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집중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은 왜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하고 도로를 점거했는지 묻고 있는데, 공안탄압으로 민심을 조작하고 민주를 되돌릴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25일 오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안탄압 중단과 구속자 석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연다.

국제노총·국제인권연맹 “한국 민주주의·인권 후퇴”
한국노총 “이런 망신 없다”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 노동계도 한상균 위원장 석방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노총(ITUC)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와 시위 참여자들을 체포하고 기소하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했음을 보여 주는 위험한 징조”라며 “민주노총 간부들에 대한 모든 기소를 철회하고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노총 아시아태평양지역기구(ITUC-AP)도 성명을 통해 “한 위원장이 석방될 때까지 노동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한국 가맹조직의 총력투쟁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인권연맹(FIDH) 인권옹호자 보호를 위한 감시단은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한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감시단은 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인권옹호자들의 합법적인 활동을 침해할 목적으로 결사의 자유,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려고 한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제노동·인권단체의 이런 움직임에 한국 노동계는 “국제적인 망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샤란 버로우 국제노총 사무총장이 한 위원장 구속에 대해 ‘한국은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하겠다고 국제노동기구(ILO)·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맺은 약속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는데,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며 “한 위원장 석방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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