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를 고발하고 나섰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대표 강찬호)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PGH·PHMG·CMIT·MIT 같은 유해독성물질을 법령에 따른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사용승인하고 위험성이 확인된 뒤에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하도록 방치해서 수많은 국민을 사망·상해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다. 고발 대상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사용승인할 당시 환경부 장관이었던 강현욱·김명자씨와 환경부 국장·과장 등 실무진이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국가는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 하는 헌법상 의무가 있고 유해화학물질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해를 예방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그러나 환경부는 폐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혀진 성분들을 법령에 정해진 방법과 절차대로 유해성 심사를 하지 않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비극적 피해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환경부가 화학물질관리법(옛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화학물질의 독성·분해성 관련 시험성적서를 제출받지 않고 유해성 심사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그 결과가 중대하므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생활화학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유해성 평가에 관련된 관리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은 책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피해구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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