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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의 세월호, 바다 위의 가습기강문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
▲ 강문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

세월호 참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은 가운데 우리 사회는 다시 안방의 세월호로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참사’를 마주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사용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검찰 추산 총 221명(사망 94명, 상해 127명)에 이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안방의 세월호’라면, 세월호 사건은 ‘바다 위의 가습기’라고 할 수 있다.

두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대형 참사는 대부분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거나 기업의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다. 기업은 활동 과정에서 불가불 위험에 맞닥뜨리게 되지만 그런 점이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회피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은 자주 이윤 극대화나 다른 동기로 포장된 명분을 위해 의사 결정자의 오판으로 위험을 감내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의사 결정자와 일선 행위자의 구분은 이러한 경향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위험을 감내하지 않게 만들려면 위와 같은 경향을 제어하고 압도할 수 있는 반대 경향의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유인이 될 수 있는 것은 무분별하게 위험을 감내한 기업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기업에 책임을 묻는 제도로 제기되고 있는 방안은 법인을 처벌하는 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다.

먼저 법인을 처벌하는 제도에 대해 살펴보면, 현행 법체계에서는 기업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해 재해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이에 대해 안전조치 위반 내지 과실이 인정되는 개인행위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기업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예외적으로만 가능하다. 법인 내지 기업은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것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경우 기업은 벌금형으로 처벌될 뿐이다. 벌금 액수 또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세월호를 운행한 청해진해운이 1천만원의 벌금을, 6명의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 간 폭발사고를 일으킨 한화케미칼이 1천500만원의 벌금을 각각 선고받은 것이 단적인 예다.

대형 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예외적으로만 처벌하는 것이 법리상 불가피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법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도 형사책임을 부과해 왔고 10여년 전부터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을 형사처벌할 수 있게 했다. 프랑스에서도 신형법에 기업을 처벌하는 조항을 마련해 놓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에서도 기업 및 기타 단체에 대한 형사책임제 도입을 위한 법률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도 2014년 11월3일 법무부에 기업 경영진이 관리하는 주요 사업이 대형 인명사고 피해를 초래했을 경우 기업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안전사고 관련 법령 검토 결과'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현재 국회에 입법청원돼 있는 ‘시민·노동자 재해에 대한 기업·정부 책임자 처벌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도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살펴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가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피해자가 입은 실손해 외에 추가적으로 징벌적 의미를 추가해 배상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의 목적은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넘어 가해자의 악의적 또는 의도적 고의에 대해 징벌을 함으로써 가해자 및 제3자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에 있다. 우리나라 법·제도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제한적으로나마 도입돼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이 손해배상의 목적과 관련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하에 실손해 배상주의, 제한배상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 및 확충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자주 그리고 극심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따라 행정조치로 그러한 위험이 적절히 예방되기 어려운 점,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 다수 기업의 지배구조가 민주적으로 정착돼 있지 않은 점, 이미 몇 개의 법률에 제한적이나마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후적·민사적 조치로서 그 효과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광범위하게 도입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나 ‘가습기’라는 단어 앞에 또 다른 수식어가 붙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기업처벌법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강문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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