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불평등은 시장경제의 작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용인해야 할 필요악이 아니라 갖은 노력을 통해 예방하고 시정해야 할 장애물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쓴 <불평등의 대가> 한국판 추천사에 남긴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 했지만 그래도 뒷맛이 씁쓸하다. ‘누가 하지’라는 문제가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먼저 떠오르는 사람 순서부터 적어 보자.

대통령. 말이 필요 없는 최고 권력자 아니던가. 돈 잘 버는 회사는 법인세 왕창 부과해서 공교육은 전부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전세상한제 지정하고, 중증질환자 의료비를 무상으로 실현하면 되지 않을까. 아차 노동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것도 있었지.

재벌 대기업 회장. 그래 회장이야말로 자본주의라는 생태계에서 최고의 포식자가 아니던가. 지난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연봉이 98억원이란다.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은 9천600만원이다. 딱 100배 많은 돈을 받았다. 재벌 대기업 회장이 직원 연봉의 10배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되지 않을까.

국회의원. 법을 만드는 사람이니 소득상한제를 법으로 정해 그 이상을 버는 사람한테 전부 세금을 물리게 하면 되지 않을까.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으니 기대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런데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 급우울모드로 바뀐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 말해 뭐 하겠나. 국회의원, 그래 야당이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걸었으니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그런 가운데 국회의원 임금(세비)을 지난 10년 동안 37%나 인상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같은 기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노동자들보다 10%포인트 이상 올랐단다. 국회의원은 비행기도, KTX도 공짜로 탄다. 차량유지비도 나온다. 이렇게 숨어 있는 임금성 복지비까지 합치면 일반 시민과는 차원이 다른 특권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노회찬 정의당 당선자 같은, 몇몇 진보진영 당선자를 빼고는 특권을 놓겠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는 노동조합이라는 희망이 존재한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고 하는 곳이 노동조합이요, 재벌 오너의 비정상적인 분배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도 노동조합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불평등의 어둠을 사를 등불 같은 존재다. 그런 노동조합을 내부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면 겉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재벌 대기업 노조가 그렇다. 대기업 노조가 답답하게 보일 때는 임금문제를 이야기할 때다. 대기업의 고임금 문제를 꺼낼 때 노조간부는 "고임금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임금을 양보하라는 말로만 들린다. 받아들일 수 없다. 수십억원 받아 가는 경영진한테 양보하라고 해야지 왜 우리한테 양보하라고 하느냐"는 말을 한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는 노조가 애써 외면하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대기업 노조 간부의 임금은 2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임금의 5배가 넘는 것이 현실이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노동조합이 초기업노조를 결성하고, 사회연대기금을 교섭사항으로 요구하고, 비정규직을 노조로 조직하는 사업에 주력하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대기업노조가 조합원의 임금 극대화 욕구에 시달리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임원 연봉이 10배 많은 것이 문제라면, 자신의 연봉이 비정규 노동자보다 5배 많은 것도 인식해야 한다. 노동자 내부 불평등을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제는 노조가 방향을 틀 때가 됐다. 임금 극대화 전략에서 임금연대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기업 노조는 사회연대전략을 써 왔다. 사회연대 전략보다 강력한 무기는 ‘임금연대 전략’이다. 임금은 공동체 사회의 토대를 만드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어려운 숙제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해서 내팽개쳐서는 안 될 문제다. 불평등 해소를 방향타로 정하고 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선 노조가 걸었던 길을 학습하면서 우리식 해법을 찾아야 한다. 노조가 저임금 사슬을 깨고 이만큼 성장했듯이 미래는 불평등 사슬을 깨는 사회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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