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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타운센드 호주 지방공무원노조 빅토리아지부 선임 교섭실장] "호주 빅토리아주, 노정교섭으로 성과형 임금체계 갈등 봉합"
▲ 정기훈 기자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1994년 성과형 임금체계가 도입돼 갈등이 불거졌지만 노조와 주정부, 전문가들이 모여 성과형 임금체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만난 웨인 타운센드(57·사진) 호주 공공사회서비스 지방공무원노조(CPSU-SPSF) 빅토리아지부 선임 교섭실장은 "한국 정부가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압박하는 사례를 듣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며 "빅토리아주에서도 성과형 임금체계와 관련해 여러 갈등이 있었지만 주정부와 노조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타운센드 교섭실장은 국제공공노련 한국가맹조직협의회(PSI-KC) 초청으로 지난 15일 PSI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17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의 문제점과 노동조합의 대응방향 국제토론회'에 참석해 빅토리아주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호주 지방공무원노조를 대표해 빅토리아주 공공·민간부문 고용주들과 산별교섭을 하는 교섭전문가다.

타운센드 실장은 "한국에서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와 빅토리아주의 성과형 임금체계 간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빅토리아주 공공부문 급여 및 분류 구조'를 보면 빅토리아주 지방공무원들은 노조와 주정부가 정한 성과향상 기준을 달성할 경우 당해년 임금의 최대 2%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전체 연봉에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까지 성과급 비중을 두는 한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빅토리아주는 또 하위직급에 대해 거의 모든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성과향상 기준을 설계했다. 이런 성과형 임금체계에 이르기까지 빅토리아주는 20년 넘게 노정 갈등과 지난한 조율 과정을 거쳤다.

보수당 집권하자 단협 무력화·성과형 임금체계 도입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3분 2 정도가 다양한 형태로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1994년 공공서비스부문에 성과형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92년 빅토리아주정부 선거에서 보수당인 자유당(Liberal Victoria)이 집권한 후 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노사관계법을 개정·통과시키면서 단체교섭이 무력화됐다. 이 틈을 타 주정부는 호봉제 시스템을 비판하면서 성과형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노동자들은 주정부와 개별적으로 성과형 임금체계에 기반한 협약을 체결해야 했다.

성과형 임금체계가 도입되면서 공공서비스 독립성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정치적 간섭에 휘둘렸다. 일자리를 잃을까 봐 눈치를 보면서 주정부에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성과평가 지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평가를 하다 보니 공정성이 사라지고 편파주의가 난무했다. 주정부는 성과형 임금체계를 도입하고도 성과급 지급을 위한 추가예산을 투입하지 않았다. 노동강도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적게 주어지는 경우도 생겼다. 심지어 성과급 받을 직원을 제비뽑기로 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위 관리직이 매년 가장 많은 성과급을 챙겨 갔다.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등 성차별적 폐해도 나타났다.

타운센드 실장은 "성과형 임금체계에 대한 불만이 높았지만 노동자들이 개별협약에 서명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개별협약을 체결하지 않고서는 취직도, 승진도, 전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정부는 임금체계를 개악하면서 노조도 공격했다. 노조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하고 이메일 발송도 금지했다. 노조의 사업장 출입을 막고, 임금에서 조합비 자동공제를 금지시켰다.

조합원을 만날 통로와 돈줄이 막히면서 고사 직전까지 간 노조의 숨통을 틔워 준 것은 호주 연방최고법원이었다. 노조가 낸 헌법소원에서 연방최고법원은 95년 "주(州)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연방노사관계 시스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다시 말해 빅토리아주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주 노사관계법을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였다. 무력화됐던 단체교섭이 부활한 순간이었다.

노정 머리 맞대 성과형 임금체계 부작용 최소화

99년 주정부선거에서 자유당이 패배하고 노동당(Victorian Labor)이 집권했다. 바뀐 정치지형은 임금체계 개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타운센드 실장은 "자유당 행정부가 집권기간에 민영화 정책, 노조탄압,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밀어붙이면서 결국 선거에서 패배했다"며 "자유당 행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던 노동당은 집권하자마자 개별협약 체결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공공서비스 부문 급여체계를 대폭 수정한다는 데 노조와 합의했다.

독립기관인 호주 노사관계위원회(AIRC)의 중재 아래 주정부와 노조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4년에 걸쳐 임금체계 변경을 논의했다. 타운센드 실장은 이 협상에 참여했다. 호주노총은 지원사격을 했다.

노정이 머리를 맞대면서 성과형 임금체계 탓에 발생한 여러 문제가 해결됐다. 타운센드 실장은 "기존에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얼마의 성과 보너스를 받을지도 몰랐는데 지금은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 있다"며 "기관에서도 예산을 미리 짤 수 있고, 노동자들은 자신이 받아야 할 성과보너스를 받지 못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선 넘은 정부, 선거에서 심판받는다"

그는 "모든 조합원들이 성과형 임금체계를 좋아하진 않는다"면서도 "여러 가지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빅토리아주 공공서비스 단체협상에서는 (노정) 쌍방이 최선의 발전 모델을 만들어 나가자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정협상에서 개별 성과평가가 아닌 팀별 보상 모델을 고민할 계획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타운센드 실장은 최근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지 않는 부분에 대해 "만일 호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곧장 법정으로 직행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빅토리아주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 정부가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선거에서 심판받게 돼 있다"며 "정부는 국민이 어느 선까지 용납할 수 있을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선은 내년에 치러진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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