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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줄줄 새는 고용보험기금] 연간 176억원 투입하는데도 '제자리 못 찾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취업자수 성과 모호하고 '베이비부머 인생이모작 설계' 현황파악도 안 돼
   
 

“신청하신 장년 일자리 희망넷의 전직지원서비스가 승인됐습니다. (중략) 아무쪼록 장년 일자리 희망넷과 함께 취업에 성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고용노동부가 노사발전재단·사용자단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전국 31개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만 40세 이상 실업자 또는 전직 희망자들이 이용한다. 회원가입 신청을 하면 하루나 이틀 뒤 이 같은 메시지가 이메일로 전송된다.

회원이 되면 3개월간 일자리 정보를 제공받는다. 취업 전문컨설턴트에게서 상담을 받고 각종 전직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엄현택)이 운영하는 12개 센터는 "단순한 일자리 연계뿐 아니라 퇴직을 앞둔 현직 노동자들이나 퇴직자들의 제2의 인생설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퇴직자들을 위한 '재도약프로그램'과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직스쿨'이 대표적이다. 노동부가 별도로 위탁한 '장년나침반 생애설계프로그램'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원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취재한 결과 재단 중장년일자리센터를 포함해 전국에서 운영 중인 31개 센터에 연간 176억원의 고용보험기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취업자 성과나 고객서비스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발전재단 서울서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있는 서울디지털단지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사 건물 로비. 재단의 입간판은 고용노동부 서울관악지청 입간판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노사발전재단 예산 60% 가져가는데

취업자수는 전체 센터의 30%에 불과


노동부가 올해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총 176억3천800만원이다. 모두 고용보험기금이다. 이 중 59.4%인 104억8천만원이 노사발전재단에 배정됐다. 전국 31개 센터 중 재단이 운영하는 곳이 12곳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관련 예산이 재단에 편중돼 있는 셈이다.

재단 전체 예산을 보더라도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올해 재단 예산은 391억2천만원인데, 이 가운데 26.8%인 104억8천만원이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사업에 배정돼 있다. 여기에 노동부에서 따로 위탁을 받아 센터가 수행하는 장년나침반사업(10억원)·장년친화직장만들기(19억원)·중장년취업아카데미(91억원)까지 더하면 센터 예산이 재단 예산의 절반을 넘는다.

고용보험기금에서 막대한 돈을 지원받고 있는 중장년일자리센터는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 재단의 201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개 센터를 통해 구직활동을 한 중장년층은 5만8천133명으로 목표(3만6천명)를 훨씬 웃돌았다. 취업에 성공한 인원도 1만5천604명으로 목표(1만4천500명)를 107.6% 달성했다.

구직·구인 연결뿐 아니라 전직지원 프로그램 성과도 나쁘지 않다. 퇴직자들을 위한 재도약 프로그램은 45회를 실시해 150%의 달성률을 보였다. 퇴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직스쿨에는 2천450명의 중장년층이 참가해 당초 목표였던 1천200명의 두 배를 초과했다.

그런데 사용자단체들이 지난해 운영한 21개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까지 포함한 성과를 따져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5만4천74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재단을 통해 취업한 중장년층(1만5천604명)은 28.5%에 불과하다. 예산은 60% 가까이 가져가면서 전체 성과의 30%도 담당하지 못한 것이다.

2014년에도 재단이 전체 예산의 61.8%를 배정받았는데, 취업자수는 1만3천595명으로 전국 센터 성과(3만6천164명)의 37%에 그쳤다. 정책기획 전문업체 인터젠컨설팅이 지난해 12월 펴낸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사업평가 및 중장기 발전방안’ 보고서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전직스쿨 등 서비스 강조하는데도 '하위권'

인터젠컨설팅은 2013~2014년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운영기관들이 구직인원·구인인원·취업인원 1명당 쓰는 예산을 점수화했는데, 재단이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와 재단은 "단순한 일자리 연결뿐 아니라 종합적인 전직지원서비스 제공에 주력하는 재단 소속 희망센터의 역할을 고려하면 단순한 지표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우리가 운영하는 센터의 경우 종합센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취업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용자단체의) 일반센터가 수행하지 못하는 사업까지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관계자 역시 “재단 소속 센터에는 노동부에서 전직스쿨이나 장년나침반과 같은 다른 과업을 많이 주기 때문에 예산을 많이 배정하는 것”이라며 “취업실적만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퇴직하거나 퇴직을 앞둔 중장년 노동자들이 인생 이모작을 설계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재단 소속 센터의 서비스 실적은 지표상으로는 내세울 게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산 100만원당 재단의 취업활동 계획서 작성 건수, 중소기업 현장 방문단 참가자수, 재도약 및 전직스쿨 프로그램 참가자수가 1명으로 끝에서 두 번째다. 전체 평균 2.65명을 한참 밑돈다. 그럼에도 서비스 한 건당 투입된 예산은 두 번째로 많았다.
 

   
 


취업자 일자리 질, 전직 성공 여부 ‘아무도 몰라’

다만 노사발전재단은 고객만족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취업자 중 고용보험 취득자를 점수화한 지표가 9.24점으로 1위를 한 점도 눈에 띈다. 정량적 평가는 최하위 수준인데, 정성적 평가는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고객만족도나 고용보험 취득률만으로 취업자들의 일자리 질을 평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객만족도의 경우 1위가 7.04점, 최하위가 5.79점으로 운영기관 간 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재단이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취업자 중 27.9%는 3개월도 일하지 못했다. 3개월 이상 일했다고 하더라도 취업자들이 전직에 성공한 것인지, 급여수준·고용안정 같은 고용의 질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나 자료는 없다.

노동부와 재단은 "수치로 나타나는 성과지표가 아닌 다른 방식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데, 정작 성과지표를 강조하는 쪽은 노동부와 운영기관들이다. 실제 사업보고서나 예산보고서, 국정감사 제출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하나같이 '목표대비 달성률'이나 절대적 수치만을 부각하고 있다.

인터젠컨설팅은 보고서에서 “희망센터 운영기관의 컨설팅 실적을 분석했더니 운영기관들은 구직자 모집이나 구인기업 모집에 관심이 있었지, 지원 프로세스 실적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취업실적도 상담·진단 같은 컨설팅 지원활동으로 발생한 것인지, 이와 무관하게 나온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이쯤 되면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전직지원을 특화해 지원한다는 희망센터 설립취지가 무색해진다. “노동부 고용센터나 여성가족부 여성새일센터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부측도 이 같은 현실을 인정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단순한 취업실적이나 고객만족도 같은 지표가 아니라 실제 중장년층이 기존 직장과 비교해 알맞은 직장에 들어갔는지, 직장을 이동하는 과정이 매끄러웠는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법적 근거 부족?

2013년 관련법 개정 없이 기관 통폐합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2013년 노사발전재단이 운영하던 전직지원센터와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를 통폐합해 출범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매년 15만명 이상 퇴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장년세대의 전직과 제2의 인생설계를 돕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센터가 설립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센터 운영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관련법에 두 기관 통폐합으로 만들어진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는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에 대한 조항밖에 없다. 해당 법과 시행령은 일정한 직위나 일정한 기간을 일한 노동자를 중견전문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견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한 기관과 일반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기관을 통폐합한 것이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다. 다시 말해 이름까지 바꿨는데 관련법에 근거 조항이 없는 것이다.

정부는 2012년 10월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라는 문구를 ‘장년전직지원기관’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2013년부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 발표한 2014년 정부성과계획 평가 보고서와 중고령자 일자리사업 평가 보고서, 2015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센터의 법적 근거 부족을 지적하면서 법 개정을 주문했다.

정부가 고용서비스기관이나 서비스 위탁기관을 지정할 경우 일정한 수준의 시설·인력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실적이 부족하면 지정을 취소한다. 현행 법에는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에 대해서만 이런 절차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 대한 고용보험기금 지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사업 내용적인 면에서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기구나 조직적인 면에서는 근거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행 법에서 명칭 변경은 안 됐지만 법적 근거가 아예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최대한 빨리 법을 개정하고 관련 유사기구와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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