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

대상판결/ 대법원 2016.4.15 선고 2013두11789 판결

이 사건은 금속노조 사업장인 두원정공㈜에서 노사 간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장이 시정명령을 한 사안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31조제3항은 ‘행정관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평택지청장은 단체협약 중 유일교섭단체조항, 전임자급여 지급조항, 공직전임취임조항, 비전임자 유급조합활동조항, 조합간부 활동시간조항, 시설편의제공조항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했고 금속노조는 시정명령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일교섭단체조항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의 단결권이나 단체선택권, 장래 결성될 복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전임자급여 지급조항은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를 규정한 노조법 제24조제2항에 위반된다고 봤다. 공직전임취임조항 자체는 위법이 없고 전임자급여 조항의 시정으로 충분하므로 별개로 공직전임취임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비전임자 유급조합활동조항은 유급으로 노동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실제로는 비전임자처우 조항에 따라 유급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시간이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할 수 있으나 이는 사후적으로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제대로 준수되지 못한 문제일 뿐 비전임자처우 조항 자체에 있는 위법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합간부 활동시간조항은 노조법 또는 타법에서 정하는 업무 등을 하는 경우 근로시간 면제한도 내에서 허용되고 이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설편의제공 조항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지원하고 이로 인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잃을 위험성이 없는 경우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바, 이 사건 편의시설제공 조항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없는 운영비지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해서 시정명령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 중 비전임자 유급조합활동조항에 대해 위 조항으로 인해 활동하는 근로자가 유급으로 노동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로 제한하지 않고 초과하는 것까지 허용하고 있으므로 위법하다고 입장을 변경했고, 시설편의제공조항에 대해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 해당하면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가 되고, 별도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지 판단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대법원은 서울고법 판결 중 조합간부 활동시간에 대해 위 조항으로 인해 활동하는 근로자가 유급으로 노동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로 제한하지 않고 초과하는 것까지 허용하고 있으므로 위법하다고 변경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유일교섭단체조항, 전임자급여 지급조항, 비전임자 유급조합활동조항, 조합간부 활동시간조항, 시설편의제공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은 적법하고 공직전임취임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은 노사자치원칙에 위배

헌법 제33조 제1항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규정하고 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가 노동조건 기타 노사관계의 제반사항에 관해 합의에 의해 서면으로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개별적 노사관계 및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일정기간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노동 3권을 통한 노사자치 내지 단결자치는 집단적 노사관계 전반을 규율하는 대원칙이며, 그 중 노사 간 체결된 협약에 따라 노사관계가 규율된다는 협약자치 원칙은 노사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노동 3권 중 단체협약을 법률상 가장 중요시해 ‘집단적 노사자치’를 ‘협약자치’(Tarifautonomie)와 동일시하고 있다.

노조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해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제1조). 단체협약은 노사 사이에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상호 교섭과 양보를 통해 합의에 이른 내용으로써 양 당사자가 준수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양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에 대해 행정관청이 개입해 그 내용에 합의한 당사자들에게 그 내용의 변경과 수정·삭제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노사 간의 분란과 대립을 조장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단체협약 중 위법한 사항에 대한 시정이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내용이 강행법규 및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 그 효력은 부인된다. 단체협약이 위법해 무효인 경우라면 사법적 구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별도의 시정명령제도를 둘 필요성이 크지 않고, 단체협약이 위법하지만 그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 것에 한정해 그 유용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상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노사 사이에 자율적인 교섭 결과의 산물인 단체협약을 통해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조정된 상태를 깨뜨리는 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헌법상 노동 3권 보장의 취지에 비춰 간과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점은, 노사 간 자율적인 단체교섭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 조항의 효력 유무를 행정관청의 후견적인 감시와 승인 여부에 맡기는 것은 노사 간 자율적인 교섭·타협의 조정과정을 거쳐 노사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 궁극적으로 산업평화를 이룩한다는 노동 3권 보장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정명령의 근거가 된 노조법 제31조제3항은 노사자치의 원칙에 위배되고 헌법 제37조제2항 기본권 제한에 대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다.

유일교섭단체조항

유일교섭단체조항은 종래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전에 다수 사업장에 도입된 조항인데,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회피하고 노사협의회·직원협의회·상조회·개별 조합원 등과 교섭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무력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즉 사용자가 투쟁성이 강한 노동조합 대신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는 유사단체와 근로조건을 결정해 온 관행을 타파하고자 함에 그 도입 배경이 있다. 유일교섭단체조항에 대해 노조법상 복수노조제도와 조화로운 해석을 도모하는 합헌적·합법적인 해석이 가능함에도 대법원은 “유일한”, “다른 어떠한 제2의 노동단체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표현에만 집착한 나머지 위 조항이 복수노조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전임자급여 지급조항

현행 노조법은 ①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전면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제24조제2항) ②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자율적으로 합의하더라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라는 행정위원회가 설정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할 수 없고(제24조제4항) ③ 이에 관한 쟁의행위 일체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형사처벌의 위협(제24조제5항, 제92조제1호)까지 가함으로써 국가가 노조전임자 제도 및 전임자급여 지급 문제에 이중·삼중으로 개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임자급여 금지 규정은 헌법상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헌법 제37조제2항에 따라 노동 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되고 만약 일반적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되는 경우 위헌임을 면치 못한다. 근본적으로 전임자 문제는 노사자율의 영역에 있고 아무런 제한 없이 전임자급여를 금지하는 것은 노동 3권의 핵심적 요체인 노사자치와 집단 자치의 원리가 본질적으로 훼손된다는 점, 전임자급여 지급를 통해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을 지배·개입함으로써 노동 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상실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막으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는 점에서 전임자급여 금지 규정은 노동조합이 자주성을 상실해 전임자급여 지급이 사용자의 지배·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돼야 헌법에 합치하며, 만일 노동조합이 자주성을 잃지 않고 단결과 교섭력과 단체행동으로 사용자에게 획득했으며 노동조합활동 전반을 고려해 전임자급여 지급이 오히려 노동 3권의 신장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노조법상 전임자급여 금지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마땅하다. 대법원은 전임자급여 지급의 도입배경,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 노동조합활동의 자주성 훼손 여부에 대한 고려 없이 전임자급여 금지규정을 형식적으로 적용하였는 바, 현행법은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이 노사자치의 원칙(헌법 제10조 및 제37조제2항) 및 노동 3권(헌법 제33조제1항)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결과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법 개정을 통해 삭제돼야 한다.

비전임자 유급조합활동조항·조합간부 활동시간조항

비전임자 유급조합활동조항과 조합간부 활동시간조항에 대해 대법원은 노조법 제24조제4항, 제81조제4호 단서 중 전단의 각 규정이 전임자뿐만 아니라 교섭위원·조합간부도 포함되는 것을 전제했다. 그러나 노조법 제24조제1항은 노동조합전임자를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동조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노동조합전임자의 급여 지급금지를 규정하고, 동조 제4항은 제2항에도 불구하고 노조전임자가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조합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조법 제24조제4항의 타임오프 대상자자는 노동조합 전임자이고, 전임자가 아닌 사람은 타임오프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전임자급여 금지규정이 노동 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큰 조항이라는 점에서 노조법 제24조제4항, 제81조제4호 등 전임자급여 관련 규정을 노동조합 전임자가 아닌 사람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적용시키는 것은 기본권 제한규정의 유추·확대적용으로서 부당하다. 대법원이 이 사안의 교섭위원 등의 유급활동 기간을 교섭활동의 종료시까지로 하는 등 사실상 전임자와 유사한 정도에 이르렀다는 취지에서 그와 같이 판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임자급여 금지와 관련된 노조법 제24조는 노동 3권을 제한하는 규정이고, 기본권 제한 규정에 대해서는 그 적용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전임자에 대해서까지 타임오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노조법의 문리해석의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다.

시설편의제공조항

과거 대법원은 모든 경비원조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그 운영비 원조가 노조의 적극적인 요구나 투쟁으로 얻은 결과로서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됐거나 저해될 구체적 위험이 없는 이상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했다(실질설). 이 사건에서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자주성을 위해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이 명시적으로 금지됐다면 전임자급여 외 다른 운영비지원도 역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전제에서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 해당하면 그 자체로 부당노동행위가 되고, 별도로 노동조합 자주성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지 판단을 요하지 않는다(형식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근본 취지에 비춰 노동 3권을 훼손하지 않는 편의제공, 더 나아가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요구해 쟁취한 사항에 대해서까지 부당노동행위로 포섭시킬 수는 없다. 만약 노조법이 그와 같은 의미라면 이는 헌법상 노동 3권 규정에 위배돼 위헌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시설편의제공은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제공으로 인해 자주성이 침해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편의제공이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투쟁과 요구로 이뤄진 것이라면 노동조합의 자주성 훼손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행 노조법 제81조제4호는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을 규제하기 위한 규정임에도 불구하고 운영비 원조행위를 병렬적인 방식으로 규정함으로서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이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에 해당하지 않는 운영비 지급,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확보한 운영비 등 노조운영에 필요한 각종 편의제공에 대한 노사합의까지 침해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노동행위 본래의 취지에 맞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사무실과 집기, 비품 및 시설 제공,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는 금지대상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위수탁계약을 통하여 사내외 구판(사업자판기·매점 등) 등을 임대하고 운영권을 위탁하는 것은 민사계약으로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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