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연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올해 3월 아시아나항공(신청인)은 서울남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인천공항·김포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명칭에 ‘아시아나’ 이름을 달고 시위행위를 하고 있어 자신의 인격권과 명예권 등이 침해되고 있으니, 명칭사용과 시위행위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려 달라는 취지였다.

아시아나항공이 말하는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공항에서 일하면서 주로 항공기 내부를 청소하고 수하물을 운반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아시아나항공분회 소속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졸지에 아시아나항공 가처분의 피신청인(사건 노동자들)이 됐다. 아시아나는 자신의 이름이 노조 명칭의 일부로 사용된 것을 왜 법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것일까.

아시아나의 ‘믿을 구석’은 자신과 노동자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용역업체였다. 이 사건 노동자들은 아시아나에 직접 고용된 것이 아니라 아시아나가 속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케이오라는 용역업체 소속이다. 케이오는 아시아나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와 기내 청소 및 수화물 운반업무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케이오 소속 노동자들이다. 아시아나는 이를 근거로 줄곧 케이오와 자신이 무관하다며, 케이오 소속인 노동자들이 자신의 명칭을 일체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이런 주장은 타당한가. 케이오와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는 모두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는 하나의 기업집단에 속해 있다. 케이오는 취업정보포털에 올린 채용공고에 채용예정인 자사 직원을 “케이오㈜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기내면세품세팅 직원”이라고 표기하고, 근무지 또한 “인천공항지원단지 내 LSG(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시설)”라고 소개했다. 케이오 간부들은 이 사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에 대해 “아시아나에어포트와 아시아나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런 사정은 케이오와 아시아나가 단일한 오너십과 이해관계로 묶인 기업집단 아래에서 강한 물적·인적 연관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명칭이 빈번하게 변경되는 와중에서도, 즉 현재의 용역업체인 케이오로 소속이 귀결되기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아시아나가 제공하는 근무지에서 아시아나의 항공기 청소와 화물 운반이라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것이 이들 노동자들이 수행한 노무제공의 실질이다. 이들의 노무제공 결과를 최종적으로 향유하는 주체는 아시아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는 자신과 이 사건 노동자들 사이에 용역업체가 존재한다는 계약의 형식적 측면만을 들어 원청으로서 최소한의 책임 일체마저 부정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이 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니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할 뿐 노조 명칭과 관련해 별다른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행정해석 또한 “노동조합의 명칭 제정은 당해 노조가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범위·교섭의 상대방 등을 감안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의 명칭 제정은 원칙적으로 노조 자율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분회 같은 산별노조 하부 조직의 명칭은 조합원들의 근로계약 상대방과 반드시 조응하지 아니하고 산별노조에서의 일정한 조직편제 기준에 따라 근무장소와 업무내용 등을 고려해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동자들 역시 수시로 바뀌는 용역업체 명칭이 아닌 업무상 연관성이 더욱 큰 아시아나의 이름을 노조 명칭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을 내렸을 따름이다. 아시아나의 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 또한 이런 당연한 사실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시아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존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잠재적’ 상태만으로 ‘큰 권리의 불안’이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명확한 근거도 없는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봉쇄하려는 주장은 노동기본권에 대한 곡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나는 지금이라도 노동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책임 추궁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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