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심한 작업현장에서 장기간 일하다 청력이 약해져 ‘소음성 난청’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 3명 중 1명은 조선업계 빅3를 포함한 조선소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근로복지공단의 소음성 난청 산재신청 및 승인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897명이 장해보상급여를 신청해 597명이 승인결정을 받았다. 이 중 178명(29.8%)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3대 조선소에서 일했다. 현대미포조선과 한진중공업 산재 승인자를 합치면 전체 승인자 중 조선업종 출신 비율이 32%까지 올라간다.

◇'소음선 난청 진단일' 언제로 봐야 하나=조선소 노동자들의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까지 내부 지침에 따라 ‘소음성 난청에 걸린 노동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비소음부서로 전환배치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만 산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 결과 조선소를 퇴직하는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이 집중된 반면 산재 신청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중소·영세 사업장 재직노동자들의 신청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소음이 심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도 산재를 신청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의 2014년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직업병 요관찰자(C1)와 유소견자(D1) 15만2천443명 가운데 88.4%에 해당하는 13만4천728명이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이들 중 극히 일부만 산재를 신청한 것이다.

공단은 올해 소음성 난청 관련 지침을 변경했다. 대법원이 2014년 9월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을 변경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변경된 지침에 따라 ‘소음작업장을 떠난 날’이 아닌 ‘소음성 난청 진단일’부터 3년 이내에 산재신청이 가능해졌다.

새 지침이 발표된 뒤 과거 탄광에서 일한 고령의 노동자들이 잇따라 산재신청을 하고 있다. 1천여명의 노동자가 “탄광 근무 당시 소음에 장기간 노출돼 청력이 약해졌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첨부해 공단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탄광을 떠난 뒤 수년이 흘러 청력이 약해진 탓에 산재신청 시기를 놓쳤던 당사자들이다.

◇공단 "재해진단 3년 지나면 산재신청 자격 소멸"=공단은 그러나 해당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등록을 위해 난청 진단을 받은 기록 때문이다. 공단 관계자는 “해당 재해자들은 난청 진단을 받은 지 3년이 경과했기 때문에 구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다른 상병을 앓는 재해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들만 달리 처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불합리한 규정으로 산재피해를 보상받지 못했던 고령의 소음성 난청 피해자들은 새로 시행된 제도에 큰 기대를 걸었을 것”이라며 “과거 장애인진단을 근거로 또다시 산재불승인 처분을 내린 공단의 결정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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