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제가 다니는 병원이 환자에게도 노동자에게도 좋은 병원이었으면 좋겠어요. 돈이 안 된다고 오갈 데 없는 환자를 쫓아내면 안 되잖아요. 병원이 환자를 쫓아내려고 거짓말하고 있다고 보호자에게 알려 준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이달 11일부로 해고노동자가 된 홍혜란(31·사진) 보건의료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장. 그는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용인정신병원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부는 올해 2월 설립됐는데, 꼭 78일 만에 지부장이 해고된 것이다.

재단은 홍 지부장이 원무업무를 방해하고 병원 경영방침을 환자 보호자에게 누설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했다. 홍 지부장이 누설했다는 경영방침은 병원이 장기입원 환자의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환자 퇴원을 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병원은 보호자들에게 “리모델링을 이유로 퇴원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그러자 홍 지부장은 보호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리모델링이 아니라 수가가 낮아 병원이 퇴원시키는 것”이라며 “보호자가 원하지 않으면 퇴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했다.

병원 경영방침은 환자뿐만 아니라 노동자도 울리고 있다. 좋은 정신보건간호사가 되겠다는 홍 지부장의 꿈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용인정신병원 운영기관은 이달 10일 정리해고 대상자 2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19명이 조합원이다.

- 노조를 만든 지 100일도 안 됐다. 왜 노조를 만들게 됐나.

“용인정신병원은 정신장애 환자들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잘돼 있어 대학에서도 이런 병원에서 간호사를 하면 좋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2012년 입사하고 보니 병원이 마치 침몰하는 배 같았다. 간호사들은 경력만 쌓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처우가 낮은 이유도 있지만 병원이 환자를 위하지 않아 미래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병원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가.

“이효진 용인병원유지재단 이사장은 병원을 호텔 같이 만들 거라면서 기초생활수급자인 환자들을 내쫓으려 한다. 대신 의료보험 환자가 입원할 수 있도록 4인실 병동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1971년 병원을 개원한 이사장의 손녀다. 2009년 취임한 이후 환자 안전보다 수익을 좇고 있다. 돈이 안 돼 내쫓으면서도 리모델링 이유를 들이밀면서 퇴원해야 한다고 보호자를 설득하고 있다. 퇴원하면 용인정신병원에 다시는 입원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거짓말을 한다. 환자 보호자들에게 사실대로 얘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 환자와 보호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정신장애 환자들은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병원에서 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지 퇴근할 때 (나를) 붙잡고 자기를 데리고 퇴근하라고 얘기한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면 보호자가 자신을 버릴 것 같다고 걱정한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 병원이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병원은 경영환경이 어렵다고만 얘기하지 직원들에게 경영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기입원 환자들 때문에 경영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할 뿐이다. 20명의 정리해고 명단도 발표했다. 병원이 희망퇴직을 한 데 이어 정리해고까지 추진하니 간호사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용인정신병원 경력이면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기 쉽다. 병원은 상태가 위급한 환자를 위한 응급병동을 만들려고 한다. 응급병동이 만들어지면 지금보다 인력이 더 필요하다. 예컨대 조울증 환자가 병동에 한두 명만 있어도 노동강도가 엄청 세진다. 다른 환자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측은 응급병동이 생기면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정리해고를 하려 한다. 정리해고 대상자 20명 중 19명이 조합원이다. 환자를 내쫓고 구조조정을 하는 병원을 보면서 막막함을 느낀다. 용인정신병원을 좋은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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