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이윤에 눈멀었고, 국가는 그 이윤을 보장하는 데 몰입했다. 이 이란성 쌍둥이는 끔찍하고도 유례없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낳았다. 가습기 피해를 봤다고 스스로 신고한 이가 530명이고,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221명이나 된다. 정부는 2011년 국회에서 문제되고 나서 대책을 세웠지만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피해보상 얘기를 꺼냈다. 피해자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진상규명이나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 마련은 여전한 과제다.



검찰 수사 이후 청문회·국정조사 가능
 

▲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피해자들이 폐와 폐 이외의 기관에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하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소송에서 이기기 어렵고 피해보상이나 손해배상도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 관계기관과 전문가를 동원해서 피해자들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것은 피해자 개인이 할 수 없는 것인 만큼 빨리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1월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학물질등록평가법)에 따라 모든 화학물질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환경부가 생활화학물질의 유해성을 검증하고 문제 있는 것을 잘라 낼 필요가 있다. 살균제뿐 아니라 살충제·세정제 등 모든 생활화학물질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서 유해물질은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이것이 재발방지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올해 말까지 퇴출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를 위해 의료비와 장례비 이외 생활비 중 일부를 지급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검찰조사 이후에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부처가 걸쳐 있는 사건인 만큼 국정조사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책 알맹이 없어, 20대 국회 진상규명 필요

▲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옥시·애경·롯데마트·홈플러스·SK케미칼 같은 제조판매사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정부에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식약처·환경부 모두 자신의 부처 소관이 아니라며 방치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특히 산자부는 세정제 원료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기술표준원 인증에서 제외시켰다. 보건복지부는 2006년, 2008년 소아 급성 폐 손상이 학회에 보고됐음에도 역학조사를 방기했다. 환경부는 유해성심사를 누락하거나 면제시키는 등 화학물질 관리 실패의 책임이 있다. 특히 2011년 8월 정부의 인과관계 규명 역학조사가 끝나고 나서 이들 부처들은 문제해결조차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고 타 부처로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2011년 당시 김황식 총리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해 TF를 구성하겠다고 하면서 갖가지 대책을 내놨지만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고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이제 와서 살생물제관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동안 줄기차게 의료비와 장의비 외에 생활지원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철저히 묵살하다가 이제야 생활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질의에서 확인한 바로는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환경부가 부처협의도 하지 않고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최근 발표하는 정부와 여당의 대책은 모두 재탕이거나 알맹이가 없는 것들뿐이다. 20대 국회가 청문회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이어나가고 국민적 관심과 힘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위험 야기하는 기업에 정당한 책임 물어야

▲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나서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피해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싸웠음에도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던 5년을 되짚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가습기 살균제가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배포된 과정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험에 무관심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위험물질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현장 노동자나 약자다. 이들이 관련 정보도 알지 못한 채 피해를 입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업이 위험문제에 무관심해도 상관없도록 하는 사회구조다. 기업의 이윤추구활동이 사회에 위험을 야기하고 있는데도 현행법은 기업을 위험을 야기하는 주체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기업을 위험을 만드는 주체라고 규정하고, 기업이 위험제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시돼야 한국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 다양한 법제도나 대책이 있겠지만 이런 부분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취지로 기업살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위험을 야기했을 때 기업과 기업 경영진이 높은 처벌을 받고 이를 방조한 공무원도 책임을 지게끔 한다는 것이 기업살인법의 핵심 내용이다. 이러한 큰 틀에서건 세부적 부분에서건 차분하게 이번 사태를 검토하고 빠르게 사회적·제도적 정비에 나서야 한다.



사람 죽이는 옥시제품 가정에서 ‘싹싹’ 쓸어 내겠다

▲ 김유정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사무국장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회원들은 고객의 집에 방문해 가사일을 돕는 가정관리사다. 세탁과 청소용품은 우리의 필수 도구다. 주방이나 욕실바닥·유리창 등을 청소할 때 옥시제품을 많이 사용했다.

옥시제품 뿐인가. 애경이나 대형마트 PB제품에도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하지 않나. 제품 성분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정관리사나 일반 소비자들은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권한을 빼앗기게 된다.

옥시레킷벤키저의 기업정신은 가정·건강·위생이라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살균 99.9%로 아이에게도 안전하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가족의 건강과 위생을 위해 사용한 옥시제품이 수많은 가정을 파괴했다. 이윤을 위해 소비자를 희생시키는 나쁜 기업, 소비자의 생명을 앗아 가고 가정을 파괴한 나쁜 기업이다.

사람을 돌보는 노동을 하는 가정관리사들은 더 이상 옥시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 우리는 옥시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고객들에게도 사람을 죽이는 옥시제품을 사용하지 말자고 권유할 것이다.

옥시는 이제라도 제품의 문제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피해가족들에게는 즉각적인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 가정관리사인 우리는 옥시제품을 각 가정에서 싹싹 쓸어내는 데 앞장설 것이다.



철저한 수사로 책임 명명백백히 가려야

▲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가습기 살균제 집단 사망사건이 2011년 알려지고 5년이 지났다. 정부와 검찰이 사건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안 피해가족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누가 봐도 인과관계 있는 사건이었고 정부가 제때 수사했으면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무려 5년 가까이 사건을 묵히다가 올해 초부터 검찰의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고통을 겪었다. 피해가족들은 정부로부터 냉대를 당했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피해자들을 방치하는 동안 의혹은 더 확산됐다. 섬유탈취제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와 비슷한 유해성분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민이 일상생활에 쓰는 용품들이 유해한지도 모르고 흡입한 셈이다. 정부와 검찰은 지금이라도 가습기 피해사건을 명명백백 수사하고 피해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물질에 대한 안정성 검사를 통해 어떤 물질이 유해한지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가 더 늦기 전에 옥시 처벌 3법을 처리해 기업이 잘못을 저지르면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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