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정국이 개편된 지 한 달이 흘렀다. 때마침 여야 모두 새 원내 지도부를 선출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원 구성 협상에 착수했다.

20대 국회는 19대에 비해 얼마나 달라질까. 여소야대는 1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결과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원내 1당은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16대 국회는 새천년민주당·한나라당·자유민주연합 3당 체제로 운영됐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자민련은 2여 1야 체제로 국회 운영에 공조했다. 1여 3야 여소야대 체제로 재편된 20대 국회와는 상반된 양상이다. 때문에 정가에선 13대와 20대 국회를 비교하고 있다. 양자는 1여 3야 여소야대 체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3대 국회는 노동계에게 시사점을 준다.

88년 4월에 실시된 13대 총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속했던 민주정의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민정당은 국회의원 의석수 299석 가운데 125석을 차지했다. 다음은 평화민주당(70석), 통일민주당(59석), 신민주공화당(35석) 순이었다. 당시 여소야대 체제에서 국회는 집시법 개정, 지방자치법 개정, 국회법 개정을 통한 청문회 도입 등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야당은 5공 청문회를 통해 여당을 압박하면서 개혁법안을 밀어붙였다. 1989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주 46시간에서 주44시간으로 단축), 노동조합법 개정안(6급 이하 공무원 단결권·단체교섭권 인정), 노동쟁의조정법 개정안(방위산업체 종사자 쟁의허용)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노태우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를 제외한 나머지 2개 노동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할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은 무엇일까. 정국이 급변했다. 노태우 정부는 88년 4월 문익환 목사 방북을 계기로 공안정국을 조성했다. 같은 해 말 민생치안에 대한 특별지시도 내렸다.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노태우 정부의 강공책이었다.

87년 민주화운동, 노동자대투쟁 그리고 여소야대 체제를 뒷받침했던 3저 호황(저 금리·유가·달러) 효과도 사라졌다. 88년 하반기에는 때 아닌 경제위기설이 불거졌다. 경기침체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노동자 책임설이 제기됐다. 개혁 노동법안에 대한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는 이러한 배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후 노태우 정부는 90~91년 임금인상률 한 자리 수 인상, 92년 총액임금제를 밀어붙였다.

민심이 만들어 준 여소야대 체제도 변질돼 버렸다. 지난 90년 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은 전격적으로 합당해 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민자당은 노태우 정부가 공안정국 조성과 노동탄압 그리고 임금억제 정책을 강행할 수 있었던 밑천이었다.

여소야대에 따른 정국 불안정, 저성장과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위기 확대는 13대와 20대 국회 공통 배경이다. 13대처럼 20대에서도 공안정국 조성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북핵 위기로 남북관계가 급랭된 탓이다. 여소야대로 출발했던 13대 국회가 거대 여당과 소수 야당으로 귀결됐던 '역설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 20대 국회 여소야대 체제도 변질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구조조정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면 부실기업 처리와 구조조정은 정부·여당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그런데 야당이 먼저 부실기업 처리를 제기하고 나섰다. 선수를 놓친 정부·여당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주장하며 맞불을 놨다. 여야의 논쟁은 부실기업 처리방식과 재정투입 주체여부로 확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총선 후 구조조정 담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19대 마지막 국회에서 노동법안을 처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미 정부·여당은 총선 전 5대 노동법안과 2대 행정지침을 밀어붙이면서 공세를 펼쳤다. 역대 최고의 청년 실업률마저 “정규직 노동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이슈를 띄웠던 야당 입장에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여당의 총선 참패로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이 주어졌던 노동계가 되레 외통수에 빠질 수 있는 형국이다.

노동계는 20대 국회를 낙관하지 말아야 한다. 저성장과 구조조정 시대에 펼쳐진 여소야대는 노동계에게 결코 유리한 구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묻지마 구조조정'에 맞선 양대 노총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