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12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인력감축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조찬을 마친 뒤 “오늘 제출된 자구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한 뒤 현대중공업측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은행측은 자구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이 비핵심자산 매각과 도크(선박 건조시설) 가동 중단 등 시설운용 효율화 방안을 내놓았을 것으로 전망했다. 광모듈 합작법인 현대아반시스와 하이투자증권 매각설도 제기된다.

특히 자구안의 핵심은 인력축소 방안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상반기 임원인사를 통해 전체 임원의 4분의 1인 60여명을 감축했다. 현재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이 총원의 10%인 3천여명을 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노사는 이달 10일 상견례를 갖고 2016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했다. 최대 화두는 인력조정 여부다. 사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0% 수준인 부채비율을 거론하며 경연난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노조는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노사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는 17일 ‘희망퇴직 빙자한 집단해고 반대’ 집회를 시작으로 구조조정 반대투쟁에 들어간다. 국회 방문과 토론회·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올해 1분기 3천252억원의 흑자를 발표하면서도 인위적인 인력축소에 나서려 한다”며 “매년 정년으로 1천명이 회사를 떠나고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은 부족한 상황에서 3천명 퇴직을 밀어붙이는 것은 회사가 품질경쟁력 하락과 미래성장 동력 포기를 자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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