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진 매일노동뉴스 기획위원

지난 주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세계 각국 노동뉴스와 노동조합의 글로벌캠페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매체 레이버스타트(labourstart.com)가 주최한 국제연대회의(Global Solidarity Conference)가 열렸다.

국제연대회의는 노동조합 대표들이 참가하는 일반적인 국제회의와 달리 개인 자격으로도 참가할 수 있다. 이번 회의는 캐나다·미국 노조활동가와 레이버스타트에 노동 관련 뉴스를 포스팅하면서 자원봉사를 하는 전 세계 통신원이 참가해 특정한 주제를 정하지 않고 다양한 노동현안을 워크숍에서 다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버니 샌더스의 노동참모인 래리 코헨(Larry Cohen) 미국통신노조(CWA) 전 위원장도 개회식에 참석했다. 그는 “아직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경선 과정에서 현장 조합원들이 샌더스 후보에게 보낸 엄청난 지지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노동현안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며 “진정한 변화는 현장 노동자들이 움직임을 통해 이뤄진다”고 역설했다.

워크숍에서는 세계적 노동시장 현상인 고용불안과 좋은 일자리 부족 문제, 최저임금 인상 요구, 이주노동과 난민, 환경과 녹색일자리, 청년인턴 노동착취, 중국과 이란 및 팔레스타인의 노동권 침해와 구속 노조활동가에 대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캐나다에서 개최된 터라 캐나다 노동 상황을 중심으로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캐나다에는 매년 수십만명의 이민자가 입국한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문기술직 이민자 외에도 농사철에 중남미에서 2만명에 가까운 농업 계절노동자가 들어온다. 필리핀 등에서는 요양보호 노동자(여성)들이 많이 유입된다. 이들의 노동권 상황은 매우 취약해 노동조합과 비정부단체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에서 인턴은 사실상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노동착취를 당하는 실정이다. 사용자들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노동시장 상황을 악용한다. 최저임금 노동자 비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동조합과 비노조원·공동체가 '15달러 최저임금'을 요구하고 공정성 캠페인을 하면서 연대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고용의 질도 인종과 피부색에 따라 구분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백인들이 고임금과 고위직을 주로 차지한 반면 원주민과 이주민들은 빈곤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를 위해 토론토는 도로·지하철 건설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대폭 강화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을 개발하고, 청년을 포함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소득을 높이는 정책을 수립했다. 향후 10년 동안 1천300억달러(약 100조원)를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회의는 패널토론과 워크숍 위주로 진행됐는데, 연극·다큐멘터리·코믹만화 같은 다양한 접근방법이 눈길을 끌었다. 금요일 밤 전야제에서는 이턴(Eaton)백화점 노동자들이 1984년에 벌인 6개월 파업투쟁을 다룬 연극이 상영됐다. 이런 시도는 참석자들에게 노조활동의 도전과 성취감을 공유하는 신선함을 줬다.

캐나다 이민자와 무급 인턴노동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참석자들에게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노동운동 역사와 메이데이(노동절) 유래, 필리핀 출신 요양보호 노동자들의 애환을 그린 코믹만화는 노동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과 조직화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새로운 노동조합 캠페인 방법으로 웹사이트·이메일·소셜미디어 같은 디지털 수단을 이용해 사업장과 지역 및 국가를 넘어선 현장 조합원 참여를 유도해 글로벌연대의 힘을 구축하는 방법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한편 98년부터 글로벌캠페인 활동을 시작한 레이버스타트는 지난 18년 동안 노동권 침해와 관련해 정부·기업을 대상으로 240건의 이메일 캠페인을 전개했다. 14만명의 노조활동가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수시간 이내에 이들을 글로벌캠페인에 참여시킬 수 있는 동원능력을 갖추고 있다. 레이버스타트는 그동안의 활동을 인정받아 노르웨이 노동계가 주는 ‘2016년 아서 스벤손(Arthur Svensson)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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