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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위원장의 책임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노동조합 위원장.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를 두고 사용자와 합의할 권한을 가진 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해서 노동조합 위원장의 막강한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제29조제1항). 그런 노조위원장이 최근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사용자와 합의해 주고서 이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위원장이 당당히 책임을 지겠다고 하지 않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해 주는 위원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이든 법이 보장한 노조위원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고, 그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조합원들에게 말했든 아니든 위원장으로서 자신이 한 행위에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다. 그런데 노조위원장으로서 그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면 그가 진다는 책임은 무얼까. 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 그만인 불신임을 두고 책임 운운하는 것이라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물러나는 걸 책임진다고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걸 두고서 정치적 책임이라고 하던가. 정치적 책임이니 뭐니 거창하게 책임을 지는 것처럼 말을 해도 사실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떠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무책임을 책임의 말로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로 노조위원장이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말했다면 진짜 책임을 져야 한다. 직권조인 내지 밀실야합한 노사합의에 책임지겠다는 것은 노사합의로 삭감될 조합원권리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노사합의로 조합원이 입을 손실을 위원장이 부담하겠노라고 하는 것이 진짜 책임이다. 이것이 위원장으로서 자신이 한 노사합의에 대한 책임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나라에서 어떤 노조위원장이 진짜 책임 앞에서 당당할 수가 있다는 건가. 무책임의 거짓 책임 앞에서만 당당할 수 있을 뿐이다.

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 그중 금융공기업에서부터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기관장으로부터 도입을 보고받겠다고 하고 있으니 기관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혈안이다. 노동자들의 반발로 찬반투표가 부결되고 사용자대표의 사퇴의사 표명,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 고소가 잇따르고 있다. 사측이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에 관해서 금융노조 주택금융공사지부는 지난 4일 전체 조합원 392명을 상대로 투표를 진행했다. 302명이 참여해 이 중 85.1%(257명)가 반대하고, 찬성은 40명(13.2%)에 불과했다. 자산관리공사지부도 3일 조합원 981명 중 884명이 투표에 참여, 711명(80.4%)이 성과연봉제에 반대해 찬성 165표(18.6%)를 크게 앞섰다. 금융위원회는 노동자들의 반발로 도입시한을 넘기게 되자 기간을 연장하고, 사용자들은 노조를 배제한 채 관리자와 팀장급 직원을 동원해 성과연봉제 개별동의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려고 시도했다. 자산관리공사지부는 조사를 강행한 사측을 대표하는 홍영만 사장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고,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지부가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부결되자 내부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매일노동뉴스는 보도했다. 성과연봉제 미도입시 경영평가상 불이익과 인건비 삭감, 업무조정 등 압박에도 불구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의사는 분명하다. 지금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반대가 조합원들의 의사고, 사업장 근로자들의 의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반대 의사를 알기에 사용자 자본과 권력은 자신들의 가진 힘으로 굴복시켜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장에서 종전 임금에 관한 제 규정을 변경해서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는 경우 평균적으로는 더 많이 받는다고 해도 누군가 기존 임금제에서보다 적은 급여를 받게 된다면, 이는 불이익변경으로써(대법원 1993.5.14 선고 93다189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에는 과반수노조, 그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과반수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해서 근로기준법이 정해 놓은 절차이다(제94조 제1항 단서). 임금제도를 단체협약으로 정하고 있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이런 취업규칙 변경만으로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성할 수는 없다. 반드시 그 단체협약을 변경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니 노조위원장이 성과연봉제에 관해서 사용자와 합의하지 않으면 도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취업규칙 변경이든, 단체협약 변경이든 무엇이든 성과연봉제는 과반수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 그래서 오늘 이 나라에서 사용자 자본과 권력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노조를 압박하고 위원장에 해 달라고 직권조인하든 밀실야합하든 뭐든 하겠다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동의를 얻어 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업장에선 실질적으로 불이익이 없다고 회사 선전물을 배포하고, 어떤 사업장에서는 극히 일부만 불이익이 될 뿐이라는 설명회를 하고, 어떤 사업장에서는 어차피 도입될 거 먼저 해서 성과급을 더 받자고 하고 사업장마다 동의를 받아 내겠다고 난리다. 노조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 조합원들을 상대로 찬성토록 설득·압박하고, 그래도 안 되면 위원장이라도 요리해서 직권조인이라도 하겠다고 지금 이 나라는 성과연봉제를 두고 행동으로 사용자들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조합원들이, 근로자들이 반대해도 노조위원장의 동의 내지 합의를 받아 내기만 하면 된다고 사용자들은 혈안이 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전체 근로자의 의사를 짓밟고서도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이 노조위원장에게 보장한 권한을 통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법적인 권한은 노조 규약으로 정한 총회인준권, 즉 노조가 규약에서 위원장이 합의한 단체협약안에 관해 조합원 총회에서 찬반투표를 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도 이를 무시하고서 체결해도 위원장의 합의는 유효하고, 오히려 이런 총회인준권이 위원장의 권한을 보장한 법을 위반해서 무효라고 대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까지도 선언해 왔다(대법원 1993.4.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등, 헌법재판소 1998.2.27 선고 94헌바13·26, 95헌바44 결정 참조). 한마디로 사용자는 노조위원장만 요리하면 되는 것이다. 법은 위원장에 권한을 보장하고, 노조 내부에서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통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상태에서 조합원들, 노동자들 대다수가 반대하는데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사용자에 동의를 해 주는 위원장도 있다. 여기까지는 아니라도 오히려 조합원들을 설득해서 성과연봉제에 대한 반대를 무마하고서 동의해 주는 노조위원장도 있다.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막을 수 없다며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유인하는 사용자의 말을 노조의 말로 바꿔 하는 노조위원장도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당당하다. 책임을 지겠다고 무책임하게 말하고, 그 정도로 막아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스스로 당당하다.

그들에겐 노동조합은 이미 조합원의 권리를 쟁취하고 지키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자의 단결체가 아니다. 그들에게 노동조합은 노동자권리를 두고서 사용자와 야합할 수 있는 권력의 단체일 뿐이다. 그들에게 노조위원장, 노조간부는 진정으로 조합원들에게 책임질 일 없는 권력의 자리일 뿐이다. 법이 선언한 대로 무책임하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의 자리일 뿐이다.

그러나 노조법이 “근로자가 주체가 돼서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라고 노동조합을 정의하고 있는 한(제2조제4호 본문), 노동조합은 위원장이 아닌 ‘근로자’인 조합원의 것이고, 그런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해 노조위원장의 권한을 행사할 때(제29조제1항) 정당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결코 무책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조합원들은 그를 노조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이 아니다. 노조위원장, 무책임한 자리가 아니라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로 여겨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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