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변호사
(법무법인 송경)

여소야대로 선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요즘, 경제기사는 거의 대부분 ‘구조조정’이란 단어가 채우고 있다. 대체로 그 내용은 조선·철강 등 대기업들의 경영 악화인 듯하다. 정부는 경영 악화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주문하며 ‘양적 완화’라는 이해하기 힘든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조선·철강이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기사화돼 왔던 것인데, 이제 와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해 '여소야대'로 심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후 박근혜 대통령의 첫 일갈은 ‘노동개혁’이었다. 언론과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업 구조조정’ 관련 기사를 금융·기업·노동·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쏟아 내고 있다.

마치 대기업이 제대로 살아나고 우리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 노동개혁이 필요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을 포함해 자신의 일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늘 잔업에, 야근에 시달리며 짠 임금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고 착실하게 회사를 위해 죽어라 노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노동자들보다 장시간 노동을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책임감 있게 일한다는 방증이다. 이런 착한 노동자들을 개혁할 필요가 무어가 있는가. 눈을 조금만 다른 데로 돌리면 정작 개혁해야 할 대상이 나타난다.

노동자들로부터 얻어 낸 돈을 관제데모하라고 주는 재벌들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업 구조조정 1순위는 재벌을 개혁하는 것이다. 재벌이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을 안 내고, 노동자들에게 줘야 할 임금을 안 주면서 모아 놓은 뒷돈들. 그 뒷돈만 제대로 회사에 들어와도 대기업 구조조정은 할 필요가 없다.

지금 형국은 재벌들이 자신의 주머니는 열지 않고, 정부와 은행에 기대어 국민 세금만 더 내놓으라고 하는 꼴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정부와 은행이 재벌에 호응해 ‘양적 완화’라는 용어로 국민 세금을 축내고 있다. 정부와 은행이 재벌들의 뒷돈만 불려 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언급하는 구조조정은 조그마한 중소기업을 살려 보겠다는 구조조정이 아니다. 대기업을 살리겠다며 하는 구조조정인데, 이것은 결론적으로 '앓는 소리' 하는 재벌을 보호해 주는 것밖에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열심히 회사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돈 못 버는,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는 실직자가 돼 버린다.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업 구조조정 1순위는 철강·조선업으로 돈을 산더미같이 쌓아 둔 재벌이다. 재벌들이 축적해 놓은 우리 눈에 안 보이는 돈을 밖으로 꺼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은 그 다음의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심판받은 것은 노동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일하라고 채찍질을 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이미 ‘노동개혁’을 심판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깨닫고 지금이라도 재벌을 돌아보고 기업 구조조정 일환으로 ‘재벌개혁’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한 번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녕 국민이 무섭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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