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차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법 2013가합367 노동조합설립무효확인

사건의 경위


2011년 7월1일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됐다. 그 후 사용자들은 외부컨설팅업체와 공모해 기존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신설노조를 설립하고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사용자들과 외부컨설팅업체 관련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기소됐음에도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인 자주성을 구비하지 못한 신설노조는 그 설립이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이후 법률관계를 형성해 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유성기업 주식회사가 개입해 설립하고 운영한 유성기업노동조합(제2노조)의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올해 4월14일 제2노조 설립이 무효라는 판결을 했다.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이 사건에서 제2노조는 ‘이 사건 소는 형성의 소인데, 노조법 등 관계법령 어디에도 원고1)가 이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받아들여져 피고들2)이 체결한 기존의 임금 및 단체협약 등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이는 처음부터 당연무효인 법률관계에 따른 당연한 효과일 뿐, 이 사건 판결에 따라 비로소 위 법률관계에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소는 형성의 소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 노조의 설립이 무효일 경우 원고 노조만이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으로서 노조법에 따른 단체교섭 및 체결 등의 권한을 갖게 되는바, 피고 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외형을 갖추고 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피고 노조 설립의 무효를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해서 제2노조의 본안 전 항변을 배척했다.

본안에 대한 판단

법원은 “①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유성기업에 보낸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회사의 대응전략으로 ‘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이라는 내용이, 핵심과제로 ‘건전한 제2노조 육성’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 ②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은 제2노조 설립을 전후해 수회에 걸쳐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전략회의를 개최해 온 사실 ③ 창조컨설팅이 유성기업의 자문 요청에 따라 제2노조 설립을 전후해 유성기업에 보낸 각종 문건에는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과 제2노조 소속 조합원 간 징계양정에 있어 차등을 둔다든지, 임금 협상에 있어 금속노조와 제2노조 사이에 차등을 둔다든지 하는 등의 제2노조 조합원수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제2노조의 조합원 확보가 예상보다 미진한 원인에 대한 분석 및 이에 대한 대책, 제2노조의 안정화 방안 등에 대해 기재하고 있는데 문건에 기재된 내용들이 대부분 전략회의에서 그대로 논의된 사실 ④ 유성기업은 앞서 본 각종 문건 및 전략회의를 통한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제2노조의 설립을 위한 총회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했고, 2011년 7월14일 개최된 제2노조 설립총회는 위와 같이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됐고, 총회 다음날인 2011년 7월15일 제2노조 설립신고서가 접수됐는데, 위 설립신고서와 이에 첨부된 제2노조 규약은 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바에 따라 유성기업이 작성해 준 것이라는 사실 ⑤ 제2노조가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다음날인 2011년 7월22일 전략회의에서 사전에 논의된 바와 같이 ‘조합활동 정상화 선포식’이 개최됐고, 이어 2011년 7월25일 제2노조와 유성기업은 ‘노사상생을 위한 선언식’을 개최하고 ‘노사상생을 위한 선언문’을 교환했는데, 위 ‘노사상생을 위한 선언문’은 전략회의에서 논의됐던 ‘선언문’ 예시와 대동소이하다는 사실 ⑥ 제2노조가 설립된 이후 유성기업은 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바에 따라 제2노조가 유성기업 내 과반수노조로서 2011년 임금협상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속 근로자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하면서 제2노조 가입을 권유 내지는 종용한 사실 ⑦ 개별적으로 진행된 2011년 임금협상에서 유성기업은 전략회의에서 제2노조 조합원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논의된 바에 따라 제2노조와의 임금협상은 신속하게 진행한 반면, 금속노조와의 임금협상은 쉽사리 합의에 이르지 못하도록 한 사실 ⑧ 제2노조는 2011년 11월17일 상집간부회의를 개최했고, 2011년 11월24일 ‘상생의 길’이라는 노보를 발간했으며, 2011년 11월29일 노조 간부들에 대한 노동교육을 실시했고, 2011년 12월8일 제2노조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제2노조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고 2011년 12월9일에는 아산공장에서, 2011년 12월16일에는 영동공장에서 제2노조 현판식을 개최했다. 위와 같은 제2노조의 일련의 행보는 전략회의에서 제2노조의 세력화 및 안정화 방안으로 논의된 내용과 일치한다는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제2노조는 설립 자체가 유성기업이 계획해 그 주도하에 이뤄졌고, 설립 이후 조합원 확보나 조직의 홍보·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유성기업의 계획하에 수동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바, 제2노조는 그 설립 및 운영에 있어 사용자인 유성기업에 대한 관계에서 자주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사용자인 피고 회사가 그 설립부터 설립 이후 안정화·세력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주도적으로 개입한 피고 노조는 근로자에 의해 위와 같은 의도하에 자주적·독립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이 노조법 제2조제4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그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라는 법리를 제시하고 이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이다. 또한 대상판결은 노동조합 설립이 무효라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① 노동조합 설립 단계에서 회사가 계획해 그 주도하에 이뤄졌는지 ② 노동조합 설립 이후 단계에서 조합원 확보나 조직의 홍보·안정화 등 운영에서 회사의 계획하에 이뤄졌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법원이 제시한 노동조합설립을 무효로 볼 수 있는 판단요소들은 이후 전개될 유사소송에서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판결의 효과

제2노조는 그 설립이 무효이므로 단체교섭권이 없으며, 특히 2012년 4월1일부터 2014년 3월31일까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도 인정될 수 없다. 제2노조가 설립된 2011년 7월15일 이래 현재까지 단체교섭권은 금속노조에 있다. 2016년 임단협교섭과 관련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유일한 노조는 금속노조이므로 금속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에 있다.

제2노조가 유성기업과 체결한 2011년 임금협약, 2012년 임금·단체협약, 2013년 임금협약, 2014년 임금·단체협약, 2015년 임금협약은 권한 없는 자가 체결한 것이므로 모두 무효다.

제2노조는 노동조합이 아니므로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사용할 경우 노조법 제93조에 의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2016년 4월14일에 대상판결이 있자 제2노조는 5일 후인 같은달 19일 대상판결을 잠탈하기 위해 제3노조를 만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자주성이 없는 제3노조에 대해 설립신고를 반려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노동조합의 설립이 노조법 제2조4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무효일 수 있다는 최초의 판결이긴 하지만, 대상판결에서 제시한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증거수집은 결코 녹록지 않다. 따라서 행정청이 노조법이 정한 노동조합 설립의 실질적 요건인 자주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변화된 법률환경에 따른 사용자들의 노조법 남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각주

1) 금속노조를 지칭한다.
2) 유성기업과 제2노조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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