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노동자는 회사가 경영난을 명분으로 폐업을 하자 고용보장과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며 공장 내 굴뚝 정상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된 지 1년4개월이 지난 뒤였다. 노동자는 굴뚝 난간에 “분할매각 중단하고 공장가동 실시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부착하고, 불볕과 눈바람을 맞아 가며 무려 408일간을 외로이 버텨 냈다. 이 노동자는 회사 공장매각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다.

소수노조의 선전전

회사 다수노조가 조합원들과 소수노조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노조 교육시간·전임자 활동 보장 등 노동조합의 권리와 임금 면에서 기존보다 불리하게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현장에서 불만이 고조됐다. 소수노조 조합원들은 대표이사와 다수노조 위원장의 거주지 인근에서 전체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교섭을 하라고 촉구하며 선전전을 했다. 조합원들은 명예훼손죄로 기소됐고 임금마저 가압류당했다.

표현행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 부과는 신중해야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유인물로 배포된 문서에 기재돼 있는 문언에 의해 타인의 인격·신용·명예 등이 훼손 또는 실추되거나 그렇게 될 염려가 있고, 또 그 문서에 기재돼 있는 사실관계의 일부가 허위이거나 그 표현에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문서를 배포한 목적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 증진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문서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한 것이라면 이는 근로자들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즉 노동자들이 효과적인 의사 전달을 위해 다소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표현 행위를 함부로 제한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모든 국민의 사회적 활동의 기본이므로 원칙적으로 제한돼서는 안 된다. 특히 노동관계에서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고, 회사나 다수노조에 대한 비판은 보통 여러 노동자들의 권익이 걸린 공적인 문제제기이므로 민주적 토론에 부치는 것이 타당하다. 민형사상 책임을 씌워 위축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 생존권인 일자리를 지키려는 목소리도 함부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

임금은 노동자의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이다. 일부는 법적으로 압류금지돼 있지만, 압류가 허용되는 나머지 범위에 대해서도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함부로 가압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위 소수노조 사안에서 회사 대표이사와 다수노조 위원장은 위자료를 근거로 임금을 가압류했다. 그런데 비판활동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가압류 심사단계에서 쉽게 판단할 수 없고, 위자료 액수도 쉽게 책정할 수 없으며, 헌법상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법원은 가압류를 결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 보호 판결이 나오기를 바라며

고공농성 사례에서 법원은 업무방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회사 결정에 대해 마땅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제한돼 있는 피고인이 회사의 경영자나 관리자에 대한 물리력 행사를 피하면서도 소극적이지만 자신의 의사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굴뚝 점거라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로 대처하는 것은 자칫 국민의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소수노조 사례는 대표이사에 대한 명예훼손이 유죄로 인정돼 벌금이 선고됐다. 노동조합의 기존 권리를 축소하고, 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을 넣어 통상임금성을 부정한 단체협약 체결에 대한 비판이 왜 허위이고 명예훼손이 되는지 법원은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위 각 사건에 대해 검사와 소수노조 조합원들이 항소해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다수노조 위원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새로운 재판이 시작됐다. 임금 가압류는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 최후의 무기인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향후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