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 대한 지독한 오해가 있다. 노동조합은 경제단체나 경영단체가 아니라는. 다시 말하면, 노동조합은 경제나 경영에서 아무런 역할이나 기능이 없다는 그릇된 선입견과 편견이 깔려 있다. 반노동적인 이념에 물든 판타지와 이론의 색안경을 벗고 노동조합의 역할과 기능을 보면, 노동조합이 중요한 경제단체이자 경영의 한 축임을 바로 알 수 있다.

전경련, 즉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실 전국재벌연합회다. 재벌을 경제인으로 색칠해 재벌단체가 아닌 듯 쇼를 하지만 전경련은 재벌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조직이다. 사회과학 용어를 빌리자면 독점자본가들의 연합체다. 어버이연합에 대한 불법적인 자금 지원은 재벌의 권리와 이익을 사수하기 위해 전경련이 벌이고 있는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사업의 일부일 뿐이다.

재벌 회장만 경제인이 아니다. 중소기업 사장도 경제인이고, 자영업자도 경제인이고, 농민도 경제인이고,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경제인이다. 무엇보다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애쓰는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이야말로 진정한 경제인이다. 경제인들 가운데 한 줌에 불과한 재벌 회장들이 전경련이란 이익단체를 만들고 경제인 전체를 대변하는 양 설치는 이데올로기적 선전선동은 막을 내릴 때가 됐다. 전경련의 영문명은 'Federation of Korean Industries'인데 전체 고용의 지극히 일부만을 담당하는 재벌들의 이익단체가 스스로를 '산업연맹' 운운하는 것도 웃겨 보인다.

경총, 즉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용자들의 이익집단이다. 그래서 영어이름이 'Korean Employers Federation'이다. 사용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이 단체의 목적이다. 그런데 사용자를 경영자로 색칠해 사용자 권익과 경영자 권익이 동일하다는 이데올로기를 퍼트려 왔다. 노동자나 노동조합을 경영의 대척점에 놓음으로써 노동자들은 개인이든 단체든 경영에 종속되는 하부 단위라고 우긴다. 인사경영권은 절대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다는 반헌법적 선전·선동이 대표적이다.

노동자 경영참가(workers' participation in management)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노동자도 개별 혹은 단체로 기업 경영에 참가함으로써 경영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 노동이사는 보편적인 제도다. 사용자가 경영을 독점하고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해 온 나라에서 회사가 어려워지면 사용자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노동자만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는 현실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경제는 재벌들이 말아먹고 경영은 사용자들이 망쳐 놓았는데, 노동자들에게 권리는 안 주면서 책임을 묻는 작태는 착취·폭력·차별의 극대화에 다름 아니다.

노동은 경제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노동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 노동이 없으면 자본 역시 이윤을 확보할 수 없다. 노동은 경영과 대척하는 개념이 아니다. 경영에 참가하지 못하는 노동은 노예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의 경영참가는 전제조건이 된다. 헬조선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중요한데, 그 핵심이 노동자 경영참가다. 노동의 건전한 발전 없이 산업이 내실 있게 성장할 순 없다.

재벌과 사용자, 즉 자본가들은 자신들만이 경제를 대표하고, 경영을 독점하고, 산업을 주도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사회 곳곳에 확산시켰다. 그 결과 빈부격차는 악화되고, 사회는 불신이 가득하고, 범죄는 늘어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언론은 자본과 권력의 개가 되고, 삶의 질은 무너져 내렸다. 제조업은 위기를 맞고, 금융업은 투기판으로 전락하고, 도박과 매춘이 횡행하고, 반생산적인 향락유흥업이 번창하고, 가족은 해체되고 있다. 법치(the rule of law)는 사라지고, 법을 악용한 지배(the rule by law)가 자리 잡고 있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법조 비리를 보라.

노동은 경제·경영과 상관없다는 자본의 선전·선동 이데올로기가 국민 다수의 머리를 세뇌하고 있는 한 헬조선 극복은 불망하다. 경제와 경영의 가장 중요한 축이 노동이라는 진실로 국민이 '세뇌'를 당할 때 현재의 국가적 위기는 극복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가 어렵다. 국민 다수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전국재벌연합회로,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한국사용자총협회 혹은 자본가협회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때다. 국민이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깨트리고 진실의 대문을 열어젖혀야 할 때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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