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부발전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취업규칙 변경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소리치며 협박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2개 노조가 있는 중부발전은 과반수노조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11일부터 25일까지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받았다.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재촉하는 정부 압박에 공공기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나랑 같이 일 안 할 거냐?"

1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중부발전 서울화력본부 운영실장 A씨는 지난달 19일 직원들에게 "오늘도 동의서 쓴 사람 전혀 없냐. 나랑 같이 근무 안 하겠다는 거냐"며 "내가 막 하루에 오더(업무)를 계속 줘 볼까"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한번 도와 달라 하면 도와주는 것도 있어야지. 각 과별로 한 명씩만 쓰면 (동의율이) 50% 넘어가는데 그걸 못 써 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관리자들의 압박 논란은 동의서 징구 기간 내내 계속됐다. 서천화력에서는 한 관리자가 동의서를 요구하며 여직원에게 수첩을 던지는 폭력사건이 접수돼 진상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보령화력에서는 군복무 중인 직원의 군부대를 찾아가 개별동의서를 강요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방식의 동의서 징구는 불법이다. 대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위한 동의를 받을 경우 노동자들의 자율적·집단적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사용자측 개입·간섭은 배제된 상태여야 한다"(2001다18322 판결)고 판시했다.

과반 동의 못 얻자 결국 이사회 강행

그럼에도 동의율이 49.6%에 머무르자 회사는 지난달 27~28일 전산을 통해 성과연봉제 2차 도입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29일 이사회를 열고 이를 통과시켰다. 2차 도입안은 기존 급여체계는 그대로 두고 '급여성 성과급' 항목만 신설해 성과연봉제 차등 폭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사측은 기존 급여체계를 유지하는 만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새로운 성과급제를 실행하면서 기존 임금재원을 활용할 것이고 이해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만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발전노조와 한국중부발전노조가 구성한 중부연합노조(공동교섭단)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중부연합노조 관계자는 "심각한 인권탄압과 폭언·폭행사건이 일어났다"며 "끝까지 파헤쳐 재발을 막고 회사 사과를 받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1안이 부결되자 실효성도 없는 성과연봉제 2안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것은 위법한 행위"라며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부발전과 남동발전도 같은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노조 협의절차 없이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4곳 중 3곳이 회사안을 일방 강행한 셈이다. 남동발전노조는 같은날 성명을 내고 "노동법과 단체협약을 어긴 일방적·불법적인 사규 개정"이라며 "정부가 시나리오를 쓰고 회사가 감독한 막장드라마"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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