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조직본부 교육국장

'닭에 대한 백(bag)의 이미지 훼손' 소송은 백의 승리로 돌아갔다. '루이비통닭' 이야기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양평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가게 이름을 '루이비통닭'이라고 지었다. 명품 브랜드를 응용한 아이디어였다. 개점 열흘 뒤 루이비통쪽 변호사가 찾아와서 상호를 바꾸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해 9월 루이비통은 김씨를 상대로 가게 이름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가게 이름을 계속 사용하면 하루에 50만원씩 루이비통쪽에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김씨가 가게 알파벳 철자의 띄어쓰기를 바꾸고 영업을 계속하자 발끈한 루이비통은 간접강제금 1천450만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집행신청을 법원에 냈다. 소송전 끝에 지난 12일 법원은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줬다.

글로벌 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루이비통의 엄격한 브랜드 경영철학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루이비통은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브랜드 라인과 유통관리에 차별화를 하고 있다. 보급판을 두지 않고 재고품을 파는 아웃렛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지 않으면서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뉴스가 보도될 즈음 소위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터졌다. "진정한 국민경제 발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겠다"(정관 제1조)는 전경련이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에 뒷돈을 주고 각종 시위를 사주했다는 것이다. 어버이연합은 그 돈으로 일당 2만원에 탈북자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조폭들이 조선족에게 살인을 청부한다는 얘기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 그것도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경제단체가 친정부·친기업 시위를 사주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들이 벌인 시위 내용은 세월호 유가족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공격, 해고를 자유롭게 하자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관한 것이었으니 이는 청부살인과 다를 바 없다.

이 사회 재벌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쓰지 않는다. 때마다 터지는 재벌 3세들의 ‘갑질’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오죽하면 국민이 생각하는 기업호감도 점수가 바닥을 기고 있을까.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기업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윤리경영실천은 100점 만점에 21.9점, 사회공헌활동은 39.7점, 국가경제 기여 46점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이처럼 ‘막가파’가 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빽’(루이비통 백이 아니다!)이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총선 참패 뒤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줬다. 법인세 인상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규제완화와 노동법 개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세금 얘기를 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면목 없는 일"이라고 했다. 올해 1월 경제단체들이 추진하는 쟁점법안 처리 촉구 서명운동에 직접 나서 "오죽하면 국민이 거리에 나서겠느냐"고 얘기한 그에게 여전히 국민은 경제단체들뿐이다.

특히 노동계가 반대하는 파견법에 대해서는 ‘일석사조’라고 하면서 국민이 (통과를) 바라고 있다고 얘기하니 그의 끔찍한 국민 사랑이 참으로 끔찍하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배후에 등장하는 곳도 바로 청와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친정부 집회 지시를 내렸다. 출구 없는 게이트는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고, 돈과 권력이 야만사회를 만들고 있다. 쿠오바디스, 한국 사회.

한국노총 조직본부 교육국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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