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끝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른바 노동개혁법을 패키지 입법이 아닌 개별 입법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쏟아졌다.

여소야대 국회, 노동입법 가능성 높다?

노동전문가들이 모인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한국노동경제학회·한국노동법학회 등 3학회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총선 이후 노동개혁’을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산업경영학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누가 언제 어떻게 노동개혁을 추진하던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노동시장 개혁과 합의 정신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패키지(묶음) 입법 추진에서 벗어나 이슈별·개별적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 교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 협상이 벌어질 당시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그룹 단장을 맡아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국회 지형이 (여소야대로) 변화했지만 (정부·여당이) 입법 방식을 달리한다면 여야 간 타협 여지는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여당이 추진한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송 교수는 “기간제법은 35세 이상자에 대해 최대 4년(현행 2년)간 기간제 노동자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는데, 35세라는 기준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전체 연령 대비 정규직 전환율을 세부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자의적 선택·판단에 따라 35세로 거칠게 설정함으로써 논리적·현실적 설득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5세 이상자의 경우 기간연장 종료시 금전적 보상을 통해 근로계약을 종료하도록 했는데, 35세 이상이라도 원칙적으로는 2년 초과시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직)으로 본다는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규정이 결여된 것도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비판했다.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위장도급과의 구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노사정 대화 재개할까

국회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정이 9·15 합의를 도출하고 파기했던 사건을 교훈 삼아 한국형 노동정치, 사회적 대화 모형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와 합의정신 존중, 합의내용 성실 준수를 통한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노동정치 내지 사회적 대화에 있어 정부의 위상과 역할은 줄이고 노사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노사단체는 고용노동전략·정책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어수봉 교수는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그러나 정부·여당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 새로운 노사정 협상 틀 구성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이상 노사정 협상 재개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정식 사무처장은 “노사정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 9·15 합의를 이뤄 냈지만 정부·여당이 합의 당사자를 배려하기는커녕 무시하고 합의되지 않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며 “정부·여당이 노사정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에 책임을 지고 노사정 대화를 위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지 않는 한 대화 재개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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