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

지난 27일 새벽 4시. KEB하나은행이 동원한 용역경비 100여명이 서울 중구 본점 1층 로비로 몰려들었다.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위원장 김창근)가 설치한 천막농성장을 철거했다. 노조간부가 없는 틈을 이용했다. 말 그대로 습격이었다.

사람들은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부침과 속앓이는 있었지만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노사관계는 비교적 순탄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김창근(48·사진) 위원장 역시 이번 사건을 “비교적 합리적이었던 노사관계에 균열이 생긴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1사 2노조 상황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임원선거에서 4선에 성공했다.

<매일노동뉴스>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 지부사무실을 찾아 김 위원장을 만났다. 당선소감과 함께 서서히 거론되고 있는 통합집행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적은 표차로 당선됐다.

“옛 하나은행과 옛 외한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임원선거가 진행됐다. 이번 선거는 저를 두고 진행한 찬반투표가 아니었나 싶다. 경영에 대한 불만이 반대표로 이어졌다. 선거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늘 반대표에 대한 고민을 갖고 활동해 나가겠다.”

지부는 지난달 28일 제29대 위원장 선거를 치렀다. 과거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앞두고 지부 운영규정을 개정해 집행부 임기를 1년 연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열린 선거였다. 김 위원장은 51.0%를 득표해 47.3%를 기록한 김관우 후보를 제쳤다.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 통합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1 더하기 1이 곧 2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도기 상태라 조합원들의 업무량이 증가했다. 두 조직 일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조합원들의 심리적 불안도 상당하다. 두 조직 간 직원 복지격차가 직접 와 닿게 된 것도 문제다. 6월 초면 전산통합이 완료된다. 임기 간 복지격차를 해소하는 데 집중하겠다.”

- KEB하나은행이 천막농성장을 철거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데.

“노사가 대등하게 마주하고 긴장과 견제 상태를 유지해 왔던 것이 그동안의 노사관계였다. 그런데 사측이 이달 19일부터 노조가 운영하던 천막농성장을 기습 철거했다. 2007년 은행장실 앞 점거농성 당시에도 갈등을 겪었지만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이 역시 조직통합과 연관된 문제다. 현재 1사 2노조 상태다. 사측이 이를 감안해 본보기 식으로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

- ‘화장품 반납운동’도 노사갈등의 원인인가.

“외환은행지부 교섭이 끝난 상황에서 2015년 임금·단체협상을 시작했다. 사측이 대표교섭을 거부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 핵심 요구는 조직문화 쇄신이다. 사측의 영업압박이 도를 넘었다. 여러 조직이 섞여 있다 보니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불가능한 목표 설정으로 귀결되고 있다. 달성 가능한 목표를 100%라고 친다면, 120~130%가 목표라야 의욕이 생긴다. 그럼에도 300%를 요구한다. 은행은 어느 순간 고객을 늘리는 데 한계에 부딪히는데, 경영진이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인구도 줄고 있지 않나. 천막농성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는 실적강요 조직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회사는 농성이 시작되자 덜컥 전 직원들에게 고가의 화장품을 보냈다. 노동의 대가는 정당해야 한다. 노조와의 합의가 우선이다. 최고경영자가 임의로, 그것도 '시혜'를 앞세워 주는 물건은 거부한다.”

- 최근 사측이 개별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유출됐다.

“은행은 일반 기업과 이익창출 구조가 다르다. 개개인 협업을 바탕으로 영업점 단위로 성과가 만들어진다. 개별 성과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럴 경우 금융산업 공공성도 사라진다. 옛 서울은행이 하나은행과 통합될 당시 개별 성과연봉제를 막아 낸 경험이 있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수많은 자료와 데이터를 쌓아 둔 상태다. 임기 동안 개별 성과연봉제는 없다고 장담한다.”

- 올해 연말 외환은행지부와 비슷한 시기에 선거를 치르는데.

“시점이 언제든, 통합은 해야 한다고 본다. 앞서 얘기한 조직문화 병폐는 사측은 하나인데, 노조가 둘로 갈라져 있어 생긴 문제다. 통합이라는 큰 울타리가 마련돼야 조합원 권익이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통합은 빠를수록 좋다. 그렇다고 두 지부 집행부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당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부터 통합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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