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종규 알리안츠생명노조 위원장

알리안츠생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최근 들어 편치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달 초 회사의 헐값 매각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회사는 얼마 후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노동자들이 불편한 이유는 또 있다. 매각이 확정되자 보수언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른바 ‘강성노조’ 탓에 회사가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헐값에 매각됐다는 논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는 사실과 영 딴판이었다.

제종규(53·사진) 사무금융연맹 알리안츠생명노조 위원장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라고 지적했다. 제 위원장은 "강제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인수회사인 중국 안방보험에는 "진취적인 영업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 위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노조사무실에서 진행된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강성노조가 아니라 경영 실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중국 안방보험에 예상 보다 낮은 35억원에 회사가 팔리자, 일부 언론이 노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사에 거론된 내용 하나하나가 사실과 다르다. 우선 지난 2008년 노조가 성과급제 도입을 반대하기 위해 장기파업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선후관계가 다르다. 당시 파업은 회사측의 단체교섭 불응과 해태에 맞서 이뤄진 것이다. 회사는 이미 파업 전에 일방적으로 기존 단협을 부정하며 성과급제를 실시했고, 그래서 파업 당시 요구안에 일방적인 성과급제 도입 철회가 추가된 것이다. 조합원 95.5%의 찬성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 대법원도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노조 장기파업으로 아직까지 성과급제 도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사실을 왜곡했다. 우리가 ‘매각에 반대해 왔다’는 내용도 전혀 틀린 주장이다. 노조는 2월 말 사측에 공문을 보내 '회사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자본에 대해 어떠한 편견 없이 매각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는 정반대로 우리가 매각을 방해하려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근거 없는 음해다.”

- 노조로 인해 영업 기반이 훼손됐다는 지적과 퇴직금 누진제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진실은 정반대다. 노조는 그동안 사측에 수차례 영업 활성화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져 줄 것을 요구해 왔다. 보험 설계사들의 영업경비 현실화와 수입 증대 방안 마련,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을 요구한 것도 노조다. 설계사들은 5년 후 원금보장이 된다는 회사의 말만 믿고 파워덱스라는 연금보험 상품을 팔았다. 그런데 막상 원금 손해가 발생하자 회사는 고객 손실을 설계사가 부담하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회사가 설계사들의 이탈을 자초한 것이다. 그런데 마치 언론에 장기파업이 원인인 것처럼 비춰져 노조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퇴직금 누진제 역시 회사 요청으로 누진율이 3배에서 2배로 준 상황이다. 55세 이상에선 누진제도가 폐지됐고 퇴직연금제도로 전환된 상태다. 다른 보험사가 누진제를 모두 폐지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ING생명·ACE생명과 한화생명(일부 직원)도 유지하고 있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가 회사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친 것처럼 주장했는데 사실 왜곡이다.”

- 적자 누적 등 경영실패와 헐값 매각 원인은 뭐라고 보나.

“영업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자산운용 중심 경영이 부실을 불렀다고 본다. 2005년 1만여명에 달했던 설계사가 현재 3천500여명 규모로 준 상황이다. 과거 7%대의 고정금리 상품을 팔았다가 역마진이 발생했는데 그것 역시 적자 원인이다. 알리안츠는 유럽계 보험사로 2016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많게는 1조원 이상의 추가부담이 생긴다. 이것이 매각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 현재 회사가 2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회사는) 1981년 이전 출생, 2001년 이전 입사자 같은 희망퇴직 신청 기준을 마련했다. 진정한 희망퇴직이라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인력을 회계처리하듯 다루는 것은 반대다. 안방보험으로 매각이 완료되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면 장기 비전을 갖고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사람을 강제로 내보내려는 행위는 노조 차원에서 저지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사태를 야기한 경영진부터 우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안방보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 외에도 ING생명 등 여러 보험·금융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리안츠는 60년 이상 역사를 갖고 있다. 보험사별 조직문화가 다르다. 전문가들 의견에 따르면 최소 5년 이상의 독립경영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 보수적인 자산운영 기반의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 진취적인 영업중심의 경영에 나서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