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몰려온다.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문가와 국회의원은 다르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초선과 다선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경기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름값을 할 수도, 거품에 휩싸일 수도 있다. 다크호스는 늘 변수다.

그래도 선수들은 선수다. 누구를 응원하느냐에 따라 흥분과 긴장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이른바 노동개혁 국면은 20대 국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매일노동뉴스>가 20대 국회 환노위 입성이 예상되는 당선자들과 그들의 면면을 살폈다.

이용득·한정애·송옥주

임이자·이상돈·이정미

환노위 1순위 지망


다음달 말이면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된다. 원구성이 마무리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라는 '강력한 3당'이 자리 잡은 탓이다.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에 대한 여야 협상과 각 정당의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이 끝난 뒤에나 원구성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환노위는 절반 정도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노동계 출신이 20대 국회에 대거 입성했기 때문이다. 25일 현재까지 다른 상임위 활동은 염두에 두지 않고 환노위 활동만을 생각하는 당선자들은 여야를 합쳐 6명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비례대표 3번으로 당선된 한국노총 여성위원장 출신 임이자(52) 당선자가 환노위 활동을 공언하고 있다. 임 당선자는 “한국노총 출신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냐”며 “4년 내내 환노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국노총 출신으로 재선에 성공한 한정애(51·서울 강서병) 의원과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용득(63·비례) 당선자가 환노위 활동을 확언했다. 지난 4년간 환노위에서 일한 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노동관계법 개정과 노동시장 개악 저지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당 노동위원장이면서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한 이 당선자의 환노위행 역시 예견된 수순이다.

비례대표 3번으로 입성한 당 홍보국장 출신 송옥주(51) 당선자도 희망상임위로 환노위를 택했다. 송 당선자는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청년·경력단절여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민의당에서는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이상돈(65) 당선자가 환노위를 염두에 두고 있다. 환경 관련법 전문가인 이 당선자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1번 이정미(50) 당선자를 심상정 상임공동대표의 뒤를 이을 환노위 선수로 지목했다. 현장 노동운동을 한 뒤 2003년 옛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 주요 당직을 두루 거쳤다. 이 당선자는 “당의 총선공약대로 월평균 임금 300만원 시대를 열고 노동개악을 막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장석춘 혹은 문진국, 윤종오 아니면 김종훈

한국노총 출신만 4~5명 예상


지역구 요구 등으로 환노위 활동을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추가로 합류할 당선자들도 여럿이다. 새누리당에서는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문진국(67·비례) 당선자와 장석춘(59·경북 구미을) 당선자 중 한 명은 환노위 입성이 확실시된다. 모두 환노위 활동을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두 사람 간 또는 당 내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장 당선자는 “환노위로 가는 것이 맞지만 당에 비례대표 당선자 두 분이 더 있는 데다, 지역구가 있기 때문에 당의 의견을 따라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당선자는 “기본적으로 환노위를 생각하고 있는데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출신 노동전문가인 어기구(53·충남 당진) 당선자의 환노위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 당선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로 환노위를 꼽고 있다. 하지만 농촌이 밀집한 당진지역 사정을 고려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들어가라는 지역민들의 요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진국·장석춘 당선자 중 한 명과 어 당선자까지 가세하면 20대 국회 환노위에서 5명의 한국노총 출신이 의정활동을 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19대 국회 상반기의 경우 새누리당에서 재선이었던 김성태 의원과 항운노련 출신 최봉홍 의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의장 출신 김경협 의원과 한정애 의원이 환노위에서 함께 활동했다.

울산에서 진보후보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윤종오(53·울산 북구) 당선자와 김종훈(52·울산 동구) 당선자도 환노위 활동을 희망한다. 다만 같은 지역에서 두 명의 의원이 환노위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양측이 협의 중이다.

활동 이력만 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출신인 윤 당선자가 다소 환노위에 가깝다. 반면 현대중공업 구조조정과 잇단 산재사망사고 같은 현안을 고려해 김 당선자가 환노위에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 중 한 명이 환노위에서 일하게 되면 이정미 정의당 당선자와 한국노총 출신을 합쳐 최소 6명, 최대 7명의 노동계 출신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된다.

환노위를 1순위로 희망하지는 않지만 2순위로 지목한 당선자들도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비례대표 7번 신보라(33) 당선자가 환노위를 고려하고 있다. 신 당선자는 청년이여는미래 대표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청년고용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박근혜 정부 노동시장 개혁을 지지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산 연제구에서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따돌린 김해영(39) 당선자와 소병훈 당선자(62·경기 광주갑)가 2지망으로 환노위를 원했다. 변호사 출신인 김 당선자는 중요한 노동사건을 맡은 적은 없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시절 노동법학회 회장을 지낸 이력이 눈에 띈다. 소 당선자는 환경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은 지역구 사정을 고려해 희망상임위에 환노위를 넣었다.

여당은 부족하고, 야당은 넘칠 듯

현재까지 파악된 20대 국회 당선자들의 희망상임위를 보면 새누리당은 2명 배정이 예상되는 한국노총 출신 외에는 지원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안 그래도 인기상임위가 아닌데 여소야대 정국에서 노동개혁과 구조조정 등 첨예한 현안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 4법이 19대 국회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20대 국회에서 다시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조선업을 필두로 한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지만 실제 현안을 다루는 것은 20대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노동계 출신 2명에 진보정당 출신 2명이 배정될 것으로 보이는 야당 의원들과의 힘겨루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론 관철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의원 한두 명을 환노위에 배정한 후 인기상임위에 들어가지 못한 의원들을 환노위에 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은 당의 방침에 충실하면서도 친정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19대 국회의원인 한국노총 출신 한 인사가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주변에 토로할 정도였다. 한국노총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이는 딜레마로 작용한다.

신임 당선자들도 노동현안에 대해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문진국 당선자는 “이번 총선 결과에서 나온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여 낮은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이자 당선자는 “한국노총과 노동형제들이 우려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당과 노동계와 충분히 의사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석춘 당선자는 “당과 노동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야당에는 환노위 자원이 차고 넘친다. 여당과 야당이 각각 8명이었던 19대 국회를 기준으로 한다면 8명 중 6명이나 채워진 셈이다. 한정애·이용득·송옥주·이상돈·이정미 당선자에다 울산 윤종오·김종훈 당선자 중 한 명을 포함하면 그렇다.

재선에 성공한 한정애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초선이다. 그런데 대부분 '중량감 있는' 초선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여당은 물론이고, 당 내에서도 날카롭게 날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당에서는 이상돈 당선자의 움직임이 변수다. 이 당선자는 의정활동의 중심을 환경쪽에 두고 있다. 그는 “노동현안은 잘 알지 못하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칭 타칭 '합리적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이 당선자의 성향과 원내 3당인 국민의당 입지를 감안하면 환노위에서 그의 역할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노동계 “노동개혁 방향 다시 잡아야”

경영계 “기업 관계자들 국회 불려 다니나”


20대 국회 환노위는 전형적인 여소야대로 구성될 전망이다. 19대 국회는 여야 비율이 8대 8이었는데, 20대 국회는 7대 9, 심지어 6대 10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사 단체 반응은 엇갈린다. 노동계는 2014년부터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인 노동시장 개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다. 김준영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개혁과 관련해 일방 주장만 되풀이했던 환노위가 진정한 노동개혁을 위해 큰 방향을 다시 잡고,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고 사회적 합의가 존중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부담감을 호소한다. 노동부 2대 지침이 산업현장에 적용되고,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야당 의원들의 노사관계 개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청문회다 국정감사다 해서 개별기업 관계자들이 국회에 불려 다니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화려한 경력 자랑, 한 명 빼면 모두 초선
20대 국회 환노위행 유력한 당선자들


20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이 유력한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면 화려한 경력이 눈에 띈다. 다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선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새누리당 문진국·장석춘 당선자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당선자는 모두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이다. 세 당선자의 과거 경쟁구도가 새삼 관심을 끈다.

◇다시 경쟁하게 된 한국노총 전직 위원장들=2008년 초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이었던 이용득 당선자는 보수세력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면서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진 선거에서 단독출마한 장석춘 당선자가 선출됐다.

문진국 당선자와 이용득 당선자는 2011년 1월 임원선거에서 맞붙었고, 이 당선자가 이겼다. 이 당선자가 정치방침과 관련한 내부갈등에 책임을 지고 2012년 9월 중도사퇴한 뒤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는 문 당선자가 위원장에 뽑혔다.

문 당선자는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13년 5월 박근혜 정부 최초의 사회적 합의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협약’을 주도했다. 장 당선자는 2009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와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타임오프 시행 합의를 도출했다. 위원장 임기를 끝낸 뒤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고용노사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4·13 총선에서는 친박 유력인사인 김태환 의원을 누르고 새누리당 컷오프를 통과했다.

한국노총 위원장을 세 차례나 지낸 이용득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과 최고위원을 거친 만큼 정치권 최고 노동전문가임을 자부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중앙단위 노사공동기구 구성을 의정활동의 최대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특유의 추진력과 뚝심을 의회에서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정애 의원 재선 관록 살리나=임이자 당선자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3번에 선정됐을 당시 한국노총 관계자들도 평가를 내리기 어려워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안산시 의원과 경기도 의원을 거치면서 쌓은 지방의회 경력이 만만치 않다. 안산시 의원 시절에는 동료 의원이 뽑은 모범의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18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시의원직을 사퇴하는 등 오래전부터 여의도 입성을 꿈꿨다.

한정애 의원은 전직 한국노총 위원장들과 진보정당 출신들의 활약이 예상되는 환노위에서 재선의원 관록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민주당 간사후보로도 오르내린다.

한 의원은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근로시간단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유해위험작업의 하도급을 금지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1년 미만 근무자에게도 퇴직금을 주도록 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등 19개 국회에서 끝내지 못한 제도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보국장 출신인 송옥주 당선자는 당직자 생활을 오래했다. 일처리가 다부지고 강단 있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송 당선자는 “같은 당에 노동전문가들이 많은 만큼 저는 일반 노동자의 시선으로 현안을 바라보고 싶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바람 이어질까=이정미 당선자는 2003년부터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정의당에서 최고위원과 대변인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의원 경력은 없지만 오랜 당직 경험으로 무난한 의정활동을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과 달리 한국노총에서는 생소한 면이 없지 않다.

이 당선자는 “김동만 위원장과도 인사하고 지낼 만큼 한국노총 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양대 노총과 끊임없이 연대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옛 통합진보당 출신인 윤종오·김종훈 당선자는 구청장과 지방의회 의원 경력을 자랑한다. 두 당선자 모두 구청장 시절 주민과의 활발한 의사소통과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시행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수적인 지역언론들조차 “진보정당 출신이지만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했을 정도다. 환노위에 포진할 경우 대기업노조를 겨냥한 정부의 노동개혁 밀어붙이기와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맞서 정부·재계를 강도 높게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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