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수면 아래 뒀던 조선·해운·철강업계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노동계가 긴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업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방법·절차 같은 계획이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그간 기업 구조조정이 산업구조적 재편보다는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과 협력업체 노동자의 고용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여의도발 기업 구조조정 바람에 대해 양대 노총은 "경제위기와 경영실패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구조조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4일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대변인)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건 정부의 잘못된 산업정책과 사용자들의 그릇된 경영 때문"이라며 "이제 와서 위기가 심각하니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지라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실경영을 한 경영진과 수년간 경영상태와 상관없이 재벌·대기업 위주로 업종 전반을 재편하는 구조조정을 뒷받침했던 정부가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무부총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노사 공동의 책임으로 시장논리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먼저 때려 놓고 싸웠으니 같이 책임지자는 논리"라고 비판하면서도 "대안이 필요하다면 주 35시간 노동제와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등 고용친화적 정책을 통해 구조조정을 극복해야 부작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주 40시간 노동제를 35시간 제한하고, 실노동시간을 2013년 기준 연 2천163시간에서 연 1천800시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여 일자리를 만들고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단 자르고 보자는 식의 과거 구조조정 방식을 차용하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준영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은 "노사 간 충분히 협의가 이뤄져야 제2의 쌍용차 사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기업이 진짜 어렵다면 인력감축 말고도 다양한 내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예컨대 조선업종에서는 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기술인력을 길러 내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경영자들이 새로운 수주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 본부장은 "기업이 비전을 제시한 다음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도 늦지 않다"며 "노동계는 실노동시간 단축에 초점을 맞춰야 실업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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