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 기반시설물을 관리·운영하는 우체국시설관리단이 현장직원들의 처벌을 강화하고,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내용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하면서 '묻지마 서명'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우체국시설관리단지회(지회장 박정석)에 따르면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이달 4일부터 현장직원(미화원·경비원·기술원)을 대상으로 징계와 인사대기에 관한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를 받고 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이 변경을 추진하는 취업규칙 내용을 보면 노조활동 방해 목적으로 의심되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예컨대 △복종의무 위반 △집단행위 금지 위반 △직장질서 위반 등을 항목화해 취업규칙에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복종의무 위반은 '지시사항 불이행으로 업무추진에 중대한 차질을 준 경우'와 '기타'로 나눴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얘기다. 직원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경우 인사권자가 '기타'로 분류해 징계할 가능성도 높다.

우체국시설관리단 직원(본사 정규직)을 비방하거나 유언비어로 직장질서에 혼란을 초래한 행위는 '직장질서 위반'에 해당한다. 우체국시설관리단에 문제제기를 할 수 없도록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지난해 1월 노조가 설립되자 노조간부 3명을 의자·책상만 있는 빈 공간에 배치해 노조탄압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정석 지회장은 "본사 직원이나 인사권을 가진 관리자에게 잘못 보이면 해고될 수 있으니 알아서 잘하라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며 "말로만 듣던 쉬운 해고가 이런 식으로 적용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직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데도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박 지회장은 "관리자들이 현장직원들에게 '서명 먼저 하고 내용확인은 나중에 하라'며 강제로 서명을 받고 있다"며 "2000년 우체국시설관리단 설립 이후 6번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모두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지회는 이날 오전 서울 광진구 우체국시설관리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경되는 징계규정 잣대가 일방적·편파적이며, 노조활동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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