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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승리와 노동개혁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투표장에 가서도 누구를 찍을지 고민했었던 나는 4·13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했다고 환호성을 질러서는 안 되는 것이리라. 오늘, 노동개혁을 두고서만 나는 이번 총선 결과를 생각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권이 추진해 왔던 노동개혁법안, 이번 총선에서 야권 승리로 폐기됐다고 읽을 수 있어야 했는데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이당 저당의 의석수와 입장까지 따져보면서 생각해 봤다.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고,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은 3당 지도부에 19대 국회 종료 전에 노동개혁법안을 처리토록 설득하겠다고 하고 있는 오늘, 다시 노동개혁법안을 생각해 봤다.

2. 지난해 9·15 노사정 합의 직후 새누리당 의총에서 결의해서 발의했다는 ‘노동시장 선진화 법안’, 즉 노동개혁법안은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 실업급여에 관한 고용보험법, 출퇴근 재해에 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등 5개 법률안이었다. 이 중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리는 기간제법안과 파견 대상을 확대하는 파견법안에 관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반대해 왔다. 이번 총선으로 이들 두 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으니 종전의 입장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 비정규직 관련법안은 이제 입법되기 어렵다. 통상적 출퇴근 재해 보상제도를 도입하는 산재보상법안은 노동자가 반대할 일이 없는 것이고, 수급액을 높이는 대신 지급요건을 강화한 고용보험법안은 그 수급대상자인 노동자들의 이해도 근속기간에 따라 엇갈릴 테니 기를 쓰고 반대할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결국 남는 건 통상임금과 근로시간단축이라고 할 수 있다.

3. 통상임금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에 정의규정을 두면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임금에 관해서 위임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겠다는 법안이다. 구체적으로 김무성 의원 대표발의로 159명의 의원이 2015년 9월16일 발의한 이 근기법안을 보면, 통상임금은 “임금으로서 그 명칭에 관계없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임금을 도급금액으로 정한 경우로 한정한다)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을 말”하되, “근로자의 개인적 사정 또는 업적·성과, 그 밖에 추가적인 조건 등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품은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제2조제1항 제7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어떤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고 근기법 시행령으로 정하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게 되고 마는 것이다. 뭐 노동자의 권리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대통령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자나 깨나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나라를 사랑한다는 대통령이 작정하고서 기업을 위해 밀어붙이기라도 한다면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기업이 산다는 것은 사용자가 배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는 배가 고파도 별수 없다는 것이다.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오늘, 통상임금 해당성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재직자 조건과 일정 근무일수 조건의 상여금에 관해서다. 근기법안은 이러한 임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만약 근기법 시행령에서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키기라도 한다면 노동자는 더는 법적으로 다투기도 어렵게 되고 말 것이다. 대통령령에서 어떤 임금·금품까지 통상임금에서 제외할지 노동자는 알 수가 없고, 대통령의 호의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이건 무언가. 근기법안이 통상임금에 관해서는 노동자에게 추가로 무슨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지금 판례에 의할 때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는 임금까지도 대통령이 시행령을 통해서 제외할 것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라리 입법하지 않는 것이 통상임금에 관한 노동자권리에 바람직하다. 오히려 입법하는 것이 노동자권리에 바람직하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은 휴일근로를 1주간의 근로로 포함시키면서, 1년 거치기간을 두고 4개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시행하면서 특별히 휴일 8시간까지는 허용해 주고 이를 시행하고 나서 또 허용해 줄지 그때 사정을 봐서 하겠다는 법률안이다.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에” 관해 “관련 소송이 대법원 계류 중”인 바, 만약 “연장근로에 해당한다는 판결 확정”시에는 “연착륙 방안 없는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산업현장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근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근기법안은,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명시하고(제2조제1항 제8호),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에는 “1주간에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휴일에 한정해 연장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며(제53조제3항), 이상을 사업장규모에 따라 2017년부터 4개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시행토록 하고 있다(부칙 제1조). 이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근기법안을 보면, 1주일이 휴일을 포함해서 7일이라는 것을 명시하고서 이것이 사용자에게 커다란 부담을 주게 될 ‘경착륙’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휴일에 8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제도를 두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휴일근로시 통상임금의 50%만 가산지급하는 것으로 근기법에 못을 박아서, 현재 노동자들의 소송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휴일근로시 휴일수당과 별개로 연장근로수당까지 합쳐 100%를 지급받지 못하도록 하는 근기법 개정안으로 제출했다(제56조제2항). 한마디로 주 52시간의 노동제로 가기도 너무 멀다. 그때까지는 법이 시행돼도 특별연장근로로 휴일 8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주 60시간의 노동제를 도입해서 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빌어먹을 노동제의 나라가 있는가. 주 48시간·주 40시간·주 35시간 노동제는 들어 봤다. 그러나 주 60시간·주 52시간 노동제는 나는 들어 보지 못했다. 이런 주 60시간의 노동제를 노동개혁이라며 법을 개정해서 도입하겠다는 것이니 정말 근로시간은 이 나라에선 노동자권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노동자를 위해 근로시간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는 나라, 그야말로 노동제 없는 나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근기법은 주 40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시킬 수 없다고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 노동제를 정해 놓았다(제50조). 이걸 당사자의 합의로 12시간 연장할 수 있다고 황당한 조문을 규정함으로써(제53조) 졸지에 이 나라에서 제50조에서 규정한 법정근로시간·노동제는 당사자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그야말로 노동제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입법자는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실수는 실수로 해석해서 바로잡아야 했다. 이 나라에서 노동법학자의 학설도, 법원의 판결도 우리에게서 실수를 바로잡지 못했다. 그저 노동제에 관한 무지만 해설로 드러냈을 뿐이다. 당사자에 합의하기만 하면 주 52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다고 해설하고 판결해 왔고, 여기에 더해 노동부는 휴일은 1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으니, 우리 노동자는 주 68시간, 그 이상으로 근로해도 국가가 사용자를 규제하지 않는 주 68시간 이상 노동제의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 왔다. 이런 노동부의 엉터리 해석을 전제하고서 위와 같이 근로시간 단축을 하겠다고 근기법 개정안을 노동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제출해 놓았다. 노동제에 대한 무지가 몰상식의 법안으로 대한민국의 국회에 제출돼 있는 것이다. 어찌 해야 할까. 무지를 무지라고 자백하면 된다. 실수를 실수로 법 해석하면 될 일이다. 법을 개정하겠다며 근로시간에 관한 노동자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법정근로시간·노동제에 관한 근기법을 무지로 침해해서는 안 될 일이다.

4. 이런 통상임금과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어떤 입장일까. 비정규직 관련법안처럼 분명히 반대한다고 하는 걸 나는 들은 기억이 없다. 4·13 총선이 야권 승리라고 흥분해 있던 지난 17일,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임시국회에서 큰 쟁점이 없는 노동 3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근로기준법)을 먼저 처리하고 파견법에 대해선 노사정위가 복원된 뒤 자율적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이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노사정위에서 파견법이 논의돼 처리될 수 있다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반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파견법을 포함한 정부의 노동 4법은 경제활성화법이 아니라 오히려 망치는 법”이라며 “근기법을 포함해 나머지 3개 법안도 우리가 제출한 연장수당·휴일근로수당을 올리는 내용을 포함해야 처리가 가능하다”고 기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고 보도됐다. 뭔가. 비정규직 관련법안말고 나머지 법안은 통과시키자는 말이다. 통상임금도 근로시간도 노동자의 권리가 되지 못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여야가 협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권 승리가 노동자 승리는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 노동자는 두 눈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 투표장에서 21개 정당 투표용지에서 칸을 넘기지 않고 찍으려고 이 당이다 하고 찍을 때 보다 더 부릅뜨고 있어야 한다. 4·13 총선에서 자신이 찍은 당의 행위라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비판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 승리가 아닌 야권 승리의 날에 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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