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의뢰인은 군대를 제대하고 정식으로 취업하기 전에 ‘알바’로 원전에 취업했다. 그의 업무는 원자로 내부에 들어가서 압력관(핵연료봉이 들어가는 관)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선택한 유일한 이유는 일당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는 원자로 ‘내부’에서 260일간 근무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의 임파선에는 호지킨 림프종이 발생했다. 목을 째서 암세포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원자로 내부에 들어가서 작업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는 모두 비정규직이 수행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의 의뢰인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총각이다. 그는 업무상 요양승인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고, 공단은 아주 오랫동안 이 신청을 ‘심리 중’에 있다.

2. 나의 의뢰인이 아닌 다른 변호사의 의뢰인은 원전 내부에서 방호복을 입고 방사성 폐기물 농도 측정을 위한 샘플을 채취하는 일을 10년 이상 했다. 채취한 샘플을 검사해 기준치 이하면 기체 및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환경외부로 방출한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 소속이 아니라 하도급업체 소속이다. 도급계약에 기해 한수원에 파견근무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10년이나 근무했음에도 다행히 암에는 걸리지 않았으나, 하도급업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동료들은 방호복을 세척하는 업무, 기체 방사성 폐기물을 외부로 배출하는 업무, 액체 방사성 폐기물을 원전 외부로 배출하는 온배수에 희석해 배출하는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모두 함께 해고통보를 받았다.

2014년 8월 영광 6호기에서 방사성 기체폐기물이 무단 배출됐는데, 이런 사고는 오랜된 경력직 비정규 노동자를 해고한 후 채용한 신입 노동자들에 의한 실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3. 미국·영국·프랑스 공동연구팀이 30만명이 넘는 방사선 근로자를 평균 27년간 분석·추적·관찰한 결과 매년 평균 피폭량은 1.1mGy(병원에서 CT 1번 찍는 정도)로 낮았으나,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는 531명으로 확인됐다(란셋 헤마톨로지라는 의학논문집에 게재됨). 극미량의 방사선 피폭일지라도 장기간 누적되면 암 발생률이 비노출군에 비해 10배 이상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대 의학연구원 연구 결과에서도 원전 종사자의 염색체 이상 발생 빈도가 비노출군보다 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4.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지 않고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2002년 4월 원자력법을 개정해 당시 20기의 원자로를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원자로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대신 환경친화적인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5. 원자력본부 산하 원전 근로자 1만5천775명 가운데 정규직은 45% 수준인 7천113명에 불과하다. 피폭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업무는 모두 비정규직에 집중되고 있다. 원전에 근무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위험한 업무종사’와 ‘고용 불안정’이라는 이중 고통에 내몰리고 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과 고용 불안정에 대한 생계위협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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