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에서 인공지능(AI) 도입을 제어하지 못하면 금융노동자 일자리가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경제연구소는 11일 발간한 이슈페이퍼 '금융산업 AI 시대 도래와 전망'을 통해 “금융산업에 AI가 빠르게 확산돼 왔으며 현재도 급속하게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14일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업체인 '어니스트 달러'를 인수하는 등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에 AI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로보어드바이저’라고 부른다. 개인정보를 투자 알고리즘에 대입해 자산을 운용·관리하는 것이다. 국제 규모 금융사인 블랙락·뱅크오브아메리카·제이피모건은 이미 관련 회사를 인수했거나 사들일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대신증권이 최근 경쟁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연구소는 금융산업 수익성 하락이 인공지능 산업 진입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10대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ROA(총자산대비 순이익률)는 2006년 1.5%에서 2014년 0.2% 수준까지 하락했다. 나머지 9개사 역시 ROA가 큰 폭으로 줄었다.

금융사의 수익하락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만 40만명에 달하는 금융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인력 부족 문제를 최소화하고, 수익하락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해마다 증가하는 AI 활용 자산운영 규모를 감안했을 때 10년 이내 금융산업 일자리의 절반이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산업의 공익적 기능이 희박해지고, 사이버공격이나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금융사고 대형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채지윤 연구위원은 “AI가 생산성을 증대하는 대신 일자리를 빼앗으면서 빈부격차와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산업이 걸어온 ‘수익성 극대화’에 대한 목표가 AI로 오롯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