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이 시작됐다.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지만 최저임금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전 세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열풍이 불고 있는 데다 주요 정당들이 총선 공약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걸면서다. 새누리당까지 9천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최저임금을 사회양극화 해소의 주요 기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은 어떤 의미일까.

자식들 앞에 떳떳한 부모가 되는 확실한 방법
 

▲ 정구영 학교 미화·청소노동자

중·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아이들 청소와 빨래를 담당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받는 임금이 정확히 최저임금이다. 식비·교통비 등 다른 일체의 수당은 없다. 매년 새로 정해지는 최저임금만큼 우리학교 미화·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른다.

4남매 기르고, 모친을 모시고 산다. 가족 7명의 실질적인 가장이다. 남편이 농사일을 하고 있지만 수입이 정기적이지도 않고 매우 적다. 자녀 4명 중 3명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공부해야 하는 나이인데 학비와 용돈 마련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화노동도 힘들지만 그보다 사회적 편견이 더욱 견디기 힘들다. 직업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면 임금을 올려야 한다. 자식들이 "우리 엄마·아빠는 미화원이다"고 떳떳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된다. 직업에 따라 자식들이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게 만드는 사회는 잘못 된 것 아닌가. 최저임금 인상을 논의하는 정부·사용자·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자식들에게 떳떳한 부모가 되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


최저임금 1만원이면 청년들의 삶이 바뀐다
 

▲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

알바노조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주장을 했다. 다들 터무니없다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얘기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는데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4·13 총선 공약으로도 현실화하고 있다. 비현실적이라고 상상했던 일이 실제로 가능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면 많은 청년들의 삶이 바뀐다. 단순히 소득이 늘어나는 의미 이상이다.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헌법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현재 최저임금으로는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월세에 등록금·교통비·통신비만으로도 최저임금을 초과한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시간당 1만원이면 월급 209만원에 해당한다. 미래를 준비할 여력이 된다. 알바생들이 나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실업을 걱정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찾고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할 수도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최저임금 1만원은 실현될 수 있다. 이런 시대 상황을 최저임금위원회가 받아들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위 의사록을 공개하고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 법으로 정하게 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실무적인 업무를 하는 수준으로 역할을 줄여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 우리 가족 삶의 질 높여
 

▲ 김진숙 홈플러스노조 사무국장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 때문에 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일도 잦다. 마트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내 월급통장에 찍히는 숫자의 최대치이며, 우리 가족의 생계비다. 마트에서 일하는 50만명의 노동자 중 대부분이 40~50대 여성·비정규 노동자들이며 파견·용역 등 다양한 계약형태를 맺고 일하고 있다.

마트노동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이 노동조합이 없거나, 있어도 교섭권이 없고, 실질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 서민의 불안정 일자리가 확산되면서 마지막 선택지처럼 돼 버린 마트에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이 많다. 마트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생존의 문제이자, 자녀들의 미래 문제다. 어떤 노동자들보다 절박함이 크다. 최저임금 1만원 쟁취는 노동자 자신뿐만 아니라, 서민·청년·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서민의 것이며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저임금 1만원 쟁취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소득불평등 해결과 삶의 질 향상, 경제 선순환의 첩경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밥이 하늘이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 지불이 가장 중요하다. 최저임금 1만원은 우리나라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지렛대다.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가 대부분 청년과 중·고령층 등 특정 연령대, 특히 여성에게 집중돼 있어 노동인권 사각지대와 그대로 겹친다.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자군의 임금 수준이 생활임금에 버금가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상향평준화될 때, 노동이 존중받고 비정규직 문제가 실제 개선될 수 있다.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이 2~3%에 불과한 현실에서 고착돼 버린 임금 격차를 줄이고 분배 평등을 높일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려면 영세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재벌자본이 이익을 독점하는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또 카드수수료 감면과 임대료 인하 같은 경제민주화 실현도 동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미달률이 높아지면서 실효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비정규직과 중소 영세사업장, 청년 알바와 중·고령 노동자 중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누리는 비율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와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 계기로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통한 내수 진작과 저임금 취약노동자 계층의 삶의 질 향상은 사회통합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 경로다. 최저임금 1만원은 왜곡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근간을 바로잡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인상률 아닌 1만원 정액 기준으로 논의해야
 

▲ 이혜순 여성노조 정책실장

최저임금은 학교비정규 노동자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다만 여성노동자가 전체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데 학교비정규직의 경우 여성 비중이 높고, 급식조리종사원이나 강사처럼 직군에 따라 저임금 직종이 있다. 정규직과의 차별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사회적 임금인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최저임금은 전 사회적인 임금수준을 올리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다. 청년·여성·중장년·간접고용 같은 저임금직군의 임금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본래의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우리도 최저임금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 같다.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는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을 개선할 만한 금액인지를 기준으로 두고 이뤄져야 한다. 그 최소한의 기준이 바로 1만원이다. 단순히 작년보다 인상률이 얼마냐가 아니라 '1만원'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에 얼마나 근접하고 있는지 얘기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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