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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노동조합 활동 활성화 방안
▲ 윤선호 전국지역일반노조협의회 사무처장

“소수노조 교섭권 가로막는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해야”

전국지역일반노조협의회에 찾아오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이들이 찾아오면 활동가들이 노조설립 지원활동에 나선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활동가 한 명당 노동자 300~400명을 상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먼저 노동운동 내부 과제를 지적하자면,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조직확대를 위해서는 인력·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노조를 설립하는 것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노조가 만들어진 뒤 회사측과 단체협상을 벌여 단체협약을 도출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노조 조직화 사업을 고민한다면 노조설립이 아닌 노조유지를 위한 장기적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복수노조 제도 시행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노조를 만들었는데, 회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교섭권을 빼앗아 버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노동기본권이 원천적으로 부정될 때 노동자들은 자해적 행태에 가까운 극단의 투쟁을 하게 된다. 고공농성·단식농성·분신자결은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균형을 상실하고 기형적 형태로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노동 3권 중에서도 특히 단결권을 제한하는 제도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한국식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 어렵지 않다”

▲ 손영우 서울시립대 EU센터 연구원

프랑스도 우리나라처럼 노조조직률이 낮다. 반면 단체협약 적용률은 97%에 육박한다.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단협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노조조직률이 정체돼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프랑스의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는 유의미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프랑스와 한국은 차이가 있다. 프랑스는 산별교섭이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한 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기업별 노사관계 중심이다. 따라서 기업 내에서의 단협 효력확장 제도 도입을 단기적인 제도개선 과제로 추진해 볼 수 있다. 사용자와 고용계약을 맺은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단협 효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적어도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동일한 단협을 보장받을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사용자와 고용계약을 맺은 모든 노동자에게 단협을 적용한다”는 한 줄만 넣으면 된다.

근본적으로는 산별노조운동이 강화되고, 여기서 도출된 산별협약의 효력이 동일업종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현재는 노조법에 산별교섭을 보장하는 내용이 전무하다.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프랑스 제도를 한 가지 더 소개하자면, 프랑스에서는 각 기업 노사협의회 노사 위원을 같은날 선출한다. 전국적으로 선거가 치러진다. 총연맹·산별연맹·지역노조 등이 후보를 내고, 높은 지지율을 받은 단체일수록 더 많은 교섭위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일종의 비례대표 방식이다. 이때 8% 이상 지지를 받은 사람은 노동자를 대표해 교섭에 나설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다수노조에게만 교섭권을 주지만 프랑스는 8% 이상 지지만 받으면 교섭에 임할 수 있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프랑스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노조의 투쟁의지, 기득권 고수하면 수구집단 전락”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1987년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기업별노조가 임금인상 투쟁에 집중한 결과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대동단결과 평등·정의를 추구해야 할 노동운동이 노동시장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한 꼴이 됐다.

법·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노동운동이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수많은 청년들이 ‘헬조선’이라며 절망하고 있는데, 자기 자식에게만 취업 우선권을 주자는 단협을 고수하는 노동조합이라면 수구집단과 무엇이 다른가. 산별교섭을 통해 임금격차를 줄이고, 사회적 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 복지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한다. 황제경영을 하는 재벌집단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자 경영참가가 중요하다.

자기 문제를 누가 대신 해결해 주겠는가. 문제 당사자들이 나서 싸워야 한다. 미국의 최저임금 15달러 운동은 당사자들의 투쟁의지가 강력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제도개선도 거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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