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기 위해 연대활동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운동을 노동개악 반대투쟁과 결합해 조직역량을 투입한다.

양대 노총과 여성·청년·시민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인상될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가난 때문에 목숨 끊는 사회 방치해서야"

올해 최저임금 시급 6천30원(월 126만원)을 받아서는 미혼 단신 노동자 생계조차 꾸릴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평균 가구원은 2~3명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2~3명의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가족 생계를 책임지다 끝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자살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인상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세계적 행렬에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채 일하는 대다수 여성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유일한 임금인상 수단"이라며 최저임금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한지혜 경기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생계만 겨우 유지하는 최저임금은 안 된다"며 "삶을 그나마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시급 1만원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각오를 다졌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양대 노총이 힘을 합쳐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노동개악 반대 투쟁 연계할 것"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1만원 쟁취를 위한 투쟁선포식을 전국 곳곳에서 열었다. 민주노총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쟁취를 공통요구로 제시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만들었다. 대학노조와 청년·학생단체는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전국 대학에서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또 노동개악 반대 투쟁에 최저임금 인상 의제를 추가하기로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기인 6월께 확대간부 파업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동개악 반대·최저임금 인상을 정부와 경영계에 요구한다. 4·13 총선에서 최저임금이 정책이슈로 부각되도록 각 정당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을 다시 묻고,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민주노총 수도권 조합원들을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소득불평등 해소와 경제위기 해법으로 최저임금 시급 1만원·월급 209만원을 요구한다"며 "정권과 재계가 최저임금 인상을 거부하면 강고한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벌에게 사회적 책임을" 재벌개혁 요구 확산될 듯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심화하는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 확산에도 주력한다. 민주노총과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위기 진짜 주범인 재벌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고용불안·비정규직 양산·의료민영화 추진 같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의 배후에 재벌체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이윤의 70%를 독식하는 10대 재벌이 고용한 노동자의 40%가 비정규직"이라며 "납품단가 후려지기·골목상권 침투로 중소기업·영세상인 생계를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의료민영화를 종용하면서 국민 실생활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재벌이 독점한 부의 사회적 환원을 촉구하는 재벌개혁 요구안을 조만간 발표한다. 5월1일 노동절 대회에서 대재벌 투쟁을 선포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가칭)재벌 책임 공동행동의 날을 지정한다.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는 재벌개혁을 위한 입법과제를 공개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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