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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벽(面壁) 책상을 치울 '쉬운 해고'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월요일 아침 출근길부터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연합뉴스 기자였다.

“두산모트롤 면벽 책상배치 관련해서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그날 두산모트롤의 명예퇴직 거부 노동자에 대한 면벽(面壁) 책상배치 사건은 모든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며 큰 논란이 됐다. 그 사건 대리인이었던 나는 하루 종일 취재요청에 시달려야만 했다.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12월께 명예퇴직을 거부한 한 노동자에게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대기발령 첫날 사무실로 출근한 이 노동자는 사무실 한편에 벽을 쳐다보는 방향으로, 아무것도 없이 홀로 덩그러니 놓인 책상자리로 안내받았다. 책상에는 '대기발령자 행동수칙'이라는 제목의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스마트폰도, 책도 볼 수 없고, 전화는 물론 화장실을 갈 때도 팀장에게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긴 수칙이었다. 견디다 못해 회사 사규라도 보겠다고 하니, 그마저도 안 된다던 팀장이 한마디 던진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멍 때리고 있으세요.”

이 노동자는 싸우기로 결심했다. 불과 1년 전 자기 부서 동료·선배 3명이 똑같은 방식으로 당하고 울며 떠나지 않았던가. 그는 싸우기 위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힘들게 견딘 3개월, 노동위는 “정당한 인사명령”

우선은 법이 보장하는 절차대로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접수 후 판정까지 통상 2개월이 걸린다. 그는 그 기간을 저 모욕적인 면벽책상에서 버텨 보기로 했다. 기다림 끝에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결과는 기각. 대기발령은 인력재배치를 위한 재교육 절차의 일환이라는 회사의 뻔한 면피성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 줬다. 명예퇴직 거부에 따른 퇴사종용인지, 재교육을 위해 2개월이나 면벽수행을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대기발령 기간 동안 임금이 30%나 삭감됐음에도 취업규칙상 징계로 돼 있지 않으므로 인사명령에 해당하고, 따라서 소명절차도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처리해도 정당하다고 했다.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되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두산모트롤을 직접 언급하며 부당한 처우개선을 위한 특별근로감독을 지시했다. 그러나 동시에 회사 경영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약은 원칙적으로 위법이라며 시정명령을 하겠다고도 했다. 게다가 저성과자를 징계 없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쉬운 해고'는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부의 이 같은 행태는 결국 본질은 악화시키면서 겉으로 드러난 상처에만 약을 바르는 것과 같다. 왜일까.

대한민국 직장인들, 특히 40대와 그 배우자들을 충격과 설움에 빠뜨렸던 이번 '면벽 책상배치' 사건은 두산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두산만의 문제였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는 않았을 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는 해고할 수 없고 단순한 인건비 절감을 위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리해고를 할 정도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지 않는 한 특별히 잘못하지도 않은 노동자를 자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명예퇴직(희망퇴직)이 탄생했다. 상당한 위로금(명예퇴직금) 지급을 조건으로 스스로 사직서를 쓸 사람을 모집하는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기업들이 명예퇴직자를 ‘모집’하는 게 아니라 찍어서 ‘통보’한다는 데 있다. 그들은 굳이 위로금이라는 돈을 쓰고 싶지 않은 까닭에, 대상자를 자기들이 골라 통보한 뒤 이를 거절하면 대기발령 등 온갖 모욕을 줘서 그만둘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돈도 안 쓰고 해고도 하겠다는 심보다.

이 같은 사직 강요는 당연히 위법이지만 법적으로 구제받기란 쉽지 않다. 짧아도 2개월은 걸리는 법적 판단을 받을 때까지의 기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고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노동위가 그리 쉽사리 부당하다고 인정해 주질 않는다. 면벽수행 2개월도 “인력재배치를 위한 재교육 기간”으로 해석하는 판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쉬운 해고가 면벽수행 없앤다는 역설

결국 노동조합을 결성한 뒤 단체협약에 대기발령을 징계로 명백히 규정하거나, 대기발령시 노동조합과 합의하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기권 장관은 바로 이런 근본적 해결책을 되레 “경영권 제한 단협”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했다. 앞으로 면벽수행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임이 틀림없다.

한편 노동부가 밀어붙이는 쉬운 해고 지침은 역설적이게도 부당한 대기발령과 면벽수행 같은 문제를 사라지게 할 수는 있을 듯하다. 고과가 낮은 사람을 저성과자로 분류해 징계절차 없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데 굳이 대기발령과 면벽수행으로 괴롭혀 제 발로 나가게 하는 수고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참으로 웃긴데 슬픈 현실이 아닌가.

김두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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