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따른 조선업종 수주가뭄이 노동자들을 고용절벽으로 내몰고 있다. 경남 거제시 소재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4일 “거제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대우조선노조(위원장 현시한)와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위원장 변성준)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거제시는 25만5천여명의 시민 대부분이 대우조선·삼성중공업 등 조선산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한다”며 “최근 수년간 계속된 조선업종 불황으로 지역경제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불거진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부실 여파로 수많은 중소 조선업체들이 도산으로 문을 닫고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조선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6월부터 2만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당하는 고용대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업종의 일감 감소가 대규모 해고대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한국 조선업계는 심각한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 조선업계는 총 9척의 선박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이 분기 기준으로 한 자릿수 선박을 수주한 것은 2001년 4분기(9척)에 이어 15년 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상황만큼 조선산업 사정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특히 대우조선·삼성중공업·성동조선해양·한진중공업을 포함한 대부분 업체가 올해 1분기에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사정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이 침체함에 따라 각 업체들은 상선 수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두 조선소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노동자가 고용된 해양프로젝트가 6월부터 선주측에 대거 인도될 예정이다. 해양프로젝트 추가 발주가 없으면 사업장별로 수천명의 노동자가 해고될 위기에 놓인다.

이들 조직은 “거제시가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역시 고용대란을 막기 위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회도 하루빨리 조선산업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 '고용위기 지역의 지정 기준 등에 관한 고시'는 고용사정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지역을 고용관리지역으로, 고용사정이 현저히 악화된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기업 도산이나 구조조정으로 지역 고용안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관리지역이나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노동부 장관은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간 해당 지역 고용촉진을 위해 고용보험기금을 포함한 예산 범위에서 일자리 관련 사업비를 다른 지역에 우선해 지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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